정보보안 업계가 안랩의 연봉 인상 후 속앓이 중이다. 보안 사업에서 활약하는 기업 대부분은 중소·중견 기업이다. 안랩처럼 섣불리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사의 정책 발표 후 내부 직원이 동요할 수 있다. 기존 인력 중 보안 분야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로 이직하는 경우도 늘어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안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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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안랩이 임직원의 연봉을 인상한 후 타사 직원들의 연봉인상 기대감이 높다. 기업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진다. 안랩은 상반기에 개발자 평균 900만원, 비 개발자 평균 700만원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대부분의 보안기업은 연봉보다는 다른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봉 인상은 고정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된다. 상당수 보안기업은 비수기인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다. 연봉 인상을 통한 고정비 지출이 늘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대대적인 연봉 인상을 실시한 게임 업계의 경우 늘어난 인건비가 상반기 영업이익에 영향을 줬다.

보안기업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량근무제와 더불어 복리 후생 혜택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기업 관계자도 "아직까지 연봉 인상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인력부서(HR)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연봉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인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보안기업 관계자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검토는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봉인상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한 곳도 있었다.

보안 업계는 국내 보안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IT 인재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연봉을 늘리는 게임, 이커머스 업계와 비교가 어렵다는 목소리를 낸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다른 IT 분야에 비해 낮게 책정된 예산, 관행 상의 무상 서비스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보안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젊은 우수 인재들이 타 산업 분야로 이동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현재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국내 보안 시장의 규모를 볼 때, 현실적으로 게임·이커머스 업계 수준의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 보안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보안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산업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