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M·Z세대(1980~2004년생)를 중심으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저도수 주류'(이하 저도주) 수요가 증가 추세다. 식음료 업계 ‘저(低) 칼로리' 돌풍에 맞춰 탄산수에 알코올과 향미를 첨가한 ‘하드셀처(Hard Seltzer)’ 상품도 시장에서 인기다.

이마트 성수점 저도수 주류 코너 / 이마트
이마트 성수점 저도수 주류 코너 / 이마트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도주 소비가 늘고 있다. 홈술 확산과 폭음대신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성인남녀의 음주 빈도도 낮아진 것도 저도주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하루 평균 음주량은 2014년 8.3잔에서 2018년 6.3잔으로 줄었다.

여성의 술 소비 증가도 주류업계 저도주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월간 음주율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남성의 술 소비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여성의 술 소비는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술 소비는 1994년 18%에서 2004년 42%로 늘었다.

주류업계 도수 낮추기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다. 서울장수는 ‘인생막걸리' 도수를 기존 대비 1%쯤 낮춘 5도로 맞춰 시장에 내놨고, 지평주조도 자사 대표제품인 ‘생 쌀막걸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소주도 갈수록 순해지는 추세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4월 16.5도로 낮춘데 이어 ‘참이슬 후레쉬'도 17도로 조정했다. 20도였던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16.9도로 낮아졌다.

맥주와 하드셀처 칼로리 비교표 / 롯데칠성음료
맥주와 하드셀처 칼로리 비교표 / 롯데칠성음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홈트레이닝과 다이어트 열풍은 저칼로리 탄산주 ‘하드셀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하드셀처는 탄산수에 소량의 알코올과 과일향을 첨가한 술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100%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2020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하드셀처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이상 성장한 41억달러(4조7970억원)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64억달러(7조4880억원)로 매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주류연구기관 IWSR(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Record)는 하드셀처가 코로나19로 인한 주류시장 침체 속에서도 2022년까지 보드카와 위스키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하드셀처 인기는 국내 대형마트 판매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드셀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고 밝혔다.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술을 찾는 사람들이 하드셀처 주류에 관심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