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하는 9월이 다가왔다. 학업 용도로 쓸 PC 구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시기다. 채굴 대란이 있던 상반기와 달리, 요즘은 그래픽카드 공급이 늘고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다시금 조립PC도 관심을 받고 있다.

조립PC의 장점은 브랜드 완제품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용도나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부터 부품까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는 조립PC를 구매할 때 CPU와 그래픽카드에만 신경을 쓰겠지만, 이왕 조립PC를 구매할 때 다른 부품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같은 사양과 성능이라 해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CPU나 그래픽카드 외에도 조립PC 구매 시 꼭 챙겨둬야 할 구성을 짚어봤다.

케이스 선택의 기준 ‘디자인과 냉각 효율의 조화’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프렉탈디자인 토렌트 TG, 다크플래쉬 DLX21 RGB 메시 강화유리, 마이크로닉스 마스터 M60 메시 / 각사 제공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프렉탈디자인 토렌트 TG, 다크플래쉬 DLX21 RGB 메시 강화유리, 마이크로닉스 마스터 M60 메시 / 각사 제공
케이스는 PC의 기본적인 외형을 결정하는 것 외에도 의외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내부의 값비싼 부품들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성능이 높아진 PC의 냉각 성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전원 버튼이나 USB, 오디오 단자 등의 위치도 사용 편의성에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의외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케이스다.

특히 3만원 이하 저가 케이스의 대부분은 강판 두께가 0.6T(㎜)급의 얇은 것을 사용해 손에 힘만 줘도 찌그러질 정도로 약하고, 디자인이나 냉각 효율도 떨어지는 것이 많다. 좀 더 투자해서라도 튼튼하고, 디자인 및 냉각 효율도 평균 이상 제품을 써야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조립PC 케이스의 트렌드는 측면을 시작으로 최소 한 면 이상에 내부가 훤히 비치는 강화유리(또는 투명 아크릴) 패널을 사용해 세련된 느낌을 제공하면서, 형형색색의 RGB LED 조명이나 팬을 채택해 시각적인 튜닝 효과를 극대화한 제품이 대다수다.

그러나 강화유리 패널이 많을수록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고, 그만큼 PC 내부의 냉각 효율이 저하되어 성능 및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추천하는 형태는 강화유리를 측면에만 사용하고, 정면에는 공기가 잘 통하는 메시(그물망)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과 냉각 성능을 모두 잡은 제품이다.

또 하나, 영상 편집 등의 용도로 HDD나 SSD를 많이 장착하거나 영상 캡처보드 등을 장착해 개인 방송 등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큰 케이스를 쓰는 것이 답은 아니다. 메인보드(ATX→m-ATX)와 케이스(미들 타워→미니타워)를 한 치수 작은 것으로 선택해 PC의 부피를 줄이면 성능은 별 차이 없으면서 자리를 덜 차지하고 공간활용도가 좋은 PC를 만들 수 있다.

파워서플라이 선택의 기준 ‘충분한 용량과 품질’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크로닉스 클래식II 풀체인지 600W, 쿨러마스터 G700 골드, 시소닉 포커스 골드 GM-850 모듈러 / 각사 제공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크로닉스 클래식II 풀체인지 600W, 쿨러마스터 G700 골드, 시소닉 포커스 골드 GM-850 모듈러 / 각사 제공
파워서플라이(이하 파워)는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심장’의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그만큼 파워를 부실한 것을 사용하면 아무리 최신의 고성능 PC를 구성해도 시스템이 자주 멈추거나 성능 저하 및 블루스크린 같은 오류가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

파워서플라이의 용량은 크면 클수록 좋다. 용량 큰 제품을 사용한다고 실제로 그만큼의 용량을 다 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000W(와트)급 파워를 사용해도 내부 부품이 최대 500W까지 쓰는 구성이라면 실제 소비 전력도 딱 500W만큼만 쓴다.

오히려 출력 여유가 넉넉할수록 CPU나 그래픽카드의 부스트 클럭(순간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오버클럭 기술의 일종)으로 순간적인 전압 요구치가 급증해도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가능하고, 전력 변환 효율도 더 좋기 때문에 낭비 전력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파워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도 급상승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파워를 고르는 것이 좋다. PC방과 비슷한 평균 사양의 게이밍 PC 기준으로 권장 용량은 정격 600W 이상, 고사양·고성능 하이엔드 게이밍 PC의 경우 정격 800W 이상 파워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각종 보호 기능의 여부도 중요하다. 파워는 낙뢰, 누전이나 합선, 단락 등 내/외부에서 전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때 이를 차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자신을 희생해서 비싸고 민감한 내부의 다른 부품들이 고장 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실제로 고장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품질이 충분히 검증된 브랜드 제품을 고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업체에서 제시한 견적서의 파워 브랜드가 한미마이크로닉스, 시소닉, 쿨러마스터, 맥스엘리트, FSP, 안텍, 커세어, 실버스톤, 3R시스템, 잘만 등 어느 정도 검증된 브랜드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믿을만한 제품이다.

모니터 선택의 기준 ‘PC의 주 사용 목적과 용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 LG 울트라기어 32GP850, 알파스캔 Q27G2SD, 에이수스 PG259QNR / 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 오디세이 네오 G9, LG 울트라기어 32GP850, 알파스캔 Q27G2SD, 에이수스 PG259QNR / 각사 제공
PC용 모니터는 화면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PC를 사용하는 목적과 용도에 따라 화면 크기, 해상도, 주사율, 화면 비율, 밝기, 색 재현율 등을 잘 따져보고 구매해야 PC 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PC의 사용 목적이 단순 사무업무나 인터넷 검색, 유튜브 등 스트리밍 영상 시청,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 등 기본적이고 단순한 용도라면 모니터 역시 풀HD 해상도(1920x1080)에 23인치~27인치 크기의 16:9 비율 기본 사양 제품이면 된다. 극장 비율의 영화 등을 많이 시청하는 사용자라면 일반 모니터보다 가로 길이가 긴 21:9 와이드 비율에 HDR 기능을 갖춘 모니터도 괜찮다.

게임의 비중이 높은 PC라면 화면 주사율이 120㎐~144㎐ 이상인 게이밍 사양 고 주사율 모니터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빠른 화면전환이 필요한 1인칭 및 3인칭 슈팅 게임(FPS 및 TPS)은 부드러운 영상과 더불어 상대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 주사율 모니터가 거의 필수다.

사진이나 영상 편집, 디자인 및 설계 등의 작업을 위한 모니터로는 최소 27인치 이상 크기에 WQHD(2560x1440) 이상의 고해상도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같은 화면 크기에서 더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고화질 사진 및 영상 편집 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용도의 모니터는 sRGB나 DCI-P3 등 색 영역을 얼마나 충족하는지도 중요하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MMORPG 게임이나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스팀. 에픽게임즈, 오리진 등의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AAA급 패키지 게임 등을 최고의 그래픽이나 화질로 몰입감 있게 즐기고 싶다면 크기는 32인치 이상 대화면에 최대 4K UHD(3840x2160) 해상도의 모니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주로 이용하는 용도나 콘텐츠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모니터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