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2018년 3월 커피에 인체에 유해한 발암 화학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 C3H5NO)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커피에도 발암경고문을 부착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이 판결에 전세계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그 이듬해 6월 커피와 심각한 발암 위험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발암경고문을 부착하여야 하는 법적 요건에서 커피를 제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였다. 전 세계 커피애호가들의 충격과 근심도 사라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커피류, 감자튀김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식물성 식품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를 ‘인체발암추정물질(Group 2A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로 분류해 놓고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무색무취의 결정성 고체로 화학적, 산업적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정수시설이나 폐수시설의 응집제로도 쓴다. 사람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감자튀김, 빵, 과자와 같은 음식물에 아크릴아마이드가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지고 2007년에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암 위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김성원의 논문 "식품 가공 중 생성되는 최근 유해물질에 관한 문헌연구"에 의하면 아크릴아마이드는 가열처리하는 동안 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Mailard reaction)에 의해 생성되며 튀김식품과 오븐에서 요리된 식품에 존재한다고 한다. 김성원의 논문은 동물실험에서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성은 DNA와 단백질에 반응성이 강한 글리시아미드로 전환됨에 따라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07년에 감자스낵에 한하여 아크릴아마이드를 1,000 µg/kg(=1mg/kg)으로 권고기준을 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2009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품들 중 '감자스낵류', '비스킷류', '시리얼류', '초콜릿류', '커피류', '푸룬주스(prune juice)' 등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됐다. 검출수준은 감자스낵류 195∼4,002ppb(10억분1), 비스킷류 ND∼681ppb, 시리얼류 79∼233ppb, 초콜릿류 ND∼447ppb, 커피류 ND∼681ppb, prune juice 366ppb로 나타났다.

미국식품의약품처(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2016년 3월부터 ‘식품업체를 위한 아크릴아마이드 관련 지침 (Guidance for Industry Acrylamide in Food)’을 제정하여 특정 음식의 아크릴아마이드를 저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U는 2018년 4월부터 식품 내 아크릴아마이드의 잔류량 기준을 설정하여 법적으로 아크릴아마이드를 규제하고 있고, 2021년 1월 1일부터 식품별 아크릴아마이드 권장 규격까지 설정하여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사전 예방적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커피류에 대해서도 일단 0.8 mg/kg이하로 적용하여 그 결과를 평가한 후 기준·규격으로 전환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중 아크릴아마이드 저감 실현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반드시 열을 가하여 커피생콩을 볶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볶아진 정도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을 만들어낸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류는 감자스낵 다음으로 아크릴아마이드 함량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커피 로스팅 정도와 커피의 추출 온도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2021년 8월 중순 발표된 이효정의 석사학위 논문 "원두(Roasted Coffee) 배전도 및 추출 온도가 커피 중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 평가"가 그것이다.

실험 커피샘플의 로스팅 온도와 로스팅 단계를 색도계 수치로 나타낸 것(이효정의 논문에서 발췌)
실험 커피샘플의 로스팅 온도와 로스팅 단계를 색도계 수치로 나타낸 것(이효정의 논문에서 발췌)
이효정의 논문은 커피샘플의 로스팅 포인트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로스팅 단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즉, 실제 현장에서 커피로 추출하여 마실 수 있는 로스팅 포인트의 약볶음은 색도계 값이 #75~60정도, 중볶음의 색도계 값은 #60~50, 강볶음의 색도계 값은 #49 이하이다. 즉, 로스팅을 시작하여 약 193~197°C 정도 온도에서 첫 팝핑이 터지고 약 205°C 즈음에서부터 비로소 추출을 할 수 있는 약볶음 원두가 되는데, 논문의 실험설계에서의 약볶음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커피 로스팅 포인트에 훨씬 못 미친다. 따라서, 위 실험 설계의 중볶음이 실제 음료를 만들기 위한 약한 볶음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실험 결괏값 중에서 중볶음(M4)부터 강볶음(D8)까지의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을 중점적으로 비교하며 살펴보아야 우리가 실제로 마시는 커피에 대한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샘플의 원두와 추출방법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효정의 위 논문에서 발췌)
커피샘플의 원두와 추출방법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효정의 위 논문에서 발췌)
커피볶음도 정도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은 원두(roasted coffee)에서는 약볶음 단계에서는 평균 0.26 mg/kg, 중볶음 단계에서는 평균 0.15 mg/kg, 강볶음 단계에서는 평균 0.12 mg/kg으로 약볶음이 강볶음보다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높게 나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커피 추출에 사용할 수 있는 로스팅 단계인 M4~D7볶음도 간의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러모로 보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커피류의 아크릴아마이드 권장기준 0.8 mg/kg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추출 방법에 따른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에서는 콜드브루로 내린 커피가 핫브루로 내린 커피보다 극소량 더 많이 검출되었으나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는 아니다. 추출한 커피는 커피 원액의 농도와 혼합되는 커피의 비율에 따라 아크릴아마이드 함량과 노출량이 달라질 수 있으나, 종이컵 용량과 권장규격 기준으로 핫브루의 경우 약볶음은 15잔, 중볶음 17잔, 강볶음은 22잔, 콜드브루의 경우 약볶음은 12잔, 중볶음은 20잔, 강볶음은 18잔까지 섭취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내 유통되는 가공식품의 아크릴아마이드 노출 우려 수준과 관련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보도자료를 통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의 아크릴아마이드의 노출 수준을 조사한 결과 0.1 µg/kg b.w./day"(MFDS, 2019)이며, 다른 나라의 노출수준 0.16∼2 µg/kg b.w./day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는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위 연구결과는 이러한 발표 내용과 일치한다.

2016년 국제암연구소는 "160°C 이상에서 로스팅되는 커피 자체가 암을 유발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라고 발표하였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커피를 발암경고문 부착 법적요건에서 제외한 후 주의 법규에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 또는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야기되거나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커피 속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하여 중대한 발암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까지 명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커피소비행태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된다고 할지라도 그 함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커피류의 아크릴아마이드 권장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효정의 연구논문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커피에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괜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