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도서의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의 정보를 통합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을 29일 정식 개통했다. 다만 참여 출판사가 많지 않고, 아직 서비스 미비점이 많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전망 정식 개최와 더불어 진행된 시연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통전망에 가입된 출판사는 약 1700곳이다. 한해 1종 이상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7000곳으로 추산할 때 약 24%에 불과한 수준이다.

통합전산망은 출판사, 유통사, 서점 등에 분산되어 있던, 도서의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의 정보를 통합하고, 주체별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그간 도서 유통의 핵심 정보인 도서 세부 정보(메타 데이터)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정보 집계와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정부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출판유통구조를 구축하고자 2018년부터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시스템 구축에 지금까지 약 45억원이 투입됐다.

서점들의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이 통합전산망에 연계돼 있어 각 도서의 판매량에 대한 정보가 통합전산망으로 자동 전송되고, 출판사는 서점에 별도로 확인할 필요 없이 통합전산망에서 한꺼번에 여러 서점의 판매정보도 관리할 수 있다. 또 출판사는 입력된 도서 세부 정보(메타 데이터)를 활용해 보도자료 또는 디지털 도서 안내서(카탈로그)를 자동으로 생성해 언론인, 독자, 사서 등 홍보를 원하는 다양한 채널에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이후부터는 추가로 20여억원을 투입해 통합전산망에서 출판사와 유통사・서점 간에 도서 주문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발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출판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시스템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판계의 참여가 중요한데, 중요한 키를 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통전망 운영권을 놓고 진흥원의 상급기관인 문체부 측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출협 주장에 따르면 애초에 통전망 시스템을 제안한 게 출협이며, 당초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구두 협약해놓고 이제 와서 문체부가 약속을 바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문체부 측은 민간에 운영권을 이양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춭판계 내부에서도 출협과 한국출판인회의 등이 불협화음을 이뤄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진흥원 측에 따르면 통전망에는 교보문고, 알라딘, 영풍문고, 예스이십사 등 대형서점의 과거 구간 데이터가 모두 담겨있다. 다만 그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아직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 공개 역시 시중 서점 판매를 총괄해 그 어느 곳보다 정확한 자료를 발표할 수 있지만, 출판사의 반발로 베스트셀러 상위 50위를 순위가 아닌 가나다순으로 공개하고 있다.

세종도서 선정을 통전망과 연계해 불참한 출판사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알려진 바에 관해서 진흥원은 해명을 전했다. 진흥원 측은 "통전망을 통하면 매년 세종도서를 신청하면서 복잡한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동의로 간단히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매년 2권씩 제출하는 도서 역시 하반기에 1권으로 줄이고 이후에는 제출받지 않을 예정"이라며 "향후 민관협력기구인 ‘출판유통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해 출판계와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