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이 11월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주 여당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당론이 재편되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원점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후보 확정 초읽기...‘유력’ 이재명, 과세 유예론자

6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당론을 재정립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해 온 이재명 경선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이 후보는 이날 성남 대장동 택지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논란에도 불구, 민주당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4.9%로 대세론을 굳혔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수도권을 끝으로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여권은 경선이 끝나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재명 후보가 올해 5월 한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없고 주식 양도차익 과세 시점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 내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당론은 대선 후보의 의중이 제일 많이 반영된다"며 "대선 공약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당론이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후보가 확정되면 대선 후보 공약을 당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며 "통상 당정청 협의 내용을 감안하되 새정부의 그림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협의안을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 당정청 협의, 과정·시기 주목해야

이는 앞서 당정청이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키로 했다는 보도와 상충한다. 최근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당정청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키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복수의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청 협의 내용이 알려진 과정과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세소위 담당자는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내용이 당론으로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이 공식적으로 표명하거나 이에 대해 의원실에 어떠한 언질이나 의사전달이 전혀 없었다. 과세 유예 법안 상정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과세 시행 계획을 흘려 여론 반응을 살피는 한편, 대선 국면에 돌입한 다음에는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에서 선거 전략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보도 타이밍을 보면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과세 시행 소식을 언론에 알려 미리 반응을 보면서도 나중에 면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실제 국민청원에 부정적인 여론이 올라오는 동시에 당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면서 과세 유예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은 정부에 명확한 가상자산 과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과세를 추진하는 정부를 거칠게 몰아 부쳤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대선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2030 투자자의 표심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행정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당 대권주자인 원희룡 의원도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안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11월 조세소위서 다뤄질 수도…민주당 ‘칼자루’

국회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개정안이 상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이 조세소위를 통과해 본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여당 협조가 필수다. 그 전에 대선후보의 공약이 확정돼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여아는 과세 유예 법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후 일정을 조율한다. 기재위 전체회의의 논의를 거친 개정안이 조세소위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은 후 본회의에 올라간다.

국회 상임위는 소속 위원 과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의결로 통과된다. 현재 기재위 소속 의원은 24명이다. 과반인 13명이 출석하고 7명이 찬성하면 상임위를 통과한다. 이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이 13명으로 과반을 차지해 여당의 당론이 법안의 존폐를 결정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국민의힘 8명이,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각각 한명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5월 12일과 7월 6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는 단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주요 안건으로 분류되지 않아서다. 지난 8월에 국회 조세소위가 총 세 차례 열렸지만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안만 논의됐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당정청과 과세 방침에 대해 당내 비판이 일면서 과세 유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조세소위 담당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경우 11월 조세소위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