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앞세운 초격차 전략을 통해 대만 TSMC가 장악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의 판을 뒤집는다. GAA는 전력효율, 성능, 설계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공정 미세화를 지속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TSMC가 내년 7월부터 3나노 양산에 들어가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전력 효율을 높여주는 진화한 공정이다.

5나노급 칩을 양산하는 회사가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로 유이한 만큼 양사의 진짜 승부는 향후 3나노 이하 미세공정으로 갈릴 전망이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쥘 경우 일발역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의 4분의 1수준에 머무른다. 8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는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매출액 기준) 58%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14%)다. 1분기 TSMC 55%, 삼성전자 17%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 대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체 시장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크게 밀리지만, 가장 앞선 기술인 선단공정에 한정할 경우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0나노 이하 공정에 한정한 점유율은 TSMC와 삼성이 각각 6대4로 추정된다.

양사는 2022년 3나노 양산을 목표로 속도전을 펼치는 중이다.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곳이 애플, 구글 등 대형 고객사에 먼저 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2022년 상반기에 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GAA 기술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 FET) 구조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은 핀펫 기반 5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30% 향상되고 전력소모는 50%, 면적은 35%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3나노 양산에 성공할 경우 TSMC에 앞서는 세계 최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대만 언론은 TSMC가 2022년 2월부터 대만에서 3나노 공정 생산라인을 가동해 7월부터 3나노 기술이 적용된 인텔 CPU와 GPU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삼성전자 전략의 성공 관건은 수율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시점을 앞당기면서 수율만 담보된다면 GAA 공정은 TSMC와 파운드리 기술 격차를 단번에 뛰어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3나노 공정의 경우 안정적인 생산 수율을 확보하며 양산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미세공정 수율 논란을 일축했다.

삼성전자의 2나노 양산 시점은 TSMC와 인텔이 밝힌 2024년에 비해서는 1년쯤 늦는다. 하지만 GAA 기술력이 이를 만회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SMC가 2나노부터 GAA 기술을 처음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2나노는 앞서 3나노 1·2세대를 거친 GAA 3세대급 제품인 만큼 성능이 보다 앞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나노 이하 점유율이 사실상 몇년 후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이며, 내년 3나노 대전에서 삼성이 치고나갈 경우 점유율 역전은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만 언론이 삼성의 기술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도발했는데, 그만큼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이 TSMC에 위협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