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청률 조사 기업인 AGB닐슨이 내놓는 TV 시청률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GB닐슨이 시청률을 산출하고자 표본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TV보다는 IPTV 모집단에서 더 많은 표본을 추출하면서 통계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시청률 조사 방식을 민간 검증을 통해 개선하는 등 방안 마련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 IT조선 DB
19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AGB닐슨이 주도하는 시청률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케이블TV 업계 지적이 나오자 방통위가 대응에 나섰다. IT조선 확인 결과 방통위는 시청률 조사 방식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최근 검증 방안 고민을 시작했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정책과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를 민간에서 자율로 하다 보니 검증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구체적으로 아직 얘기가 나온 바는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 데이터를 위해 최소한의 방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이처럼 개선 행보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증가하는 케이블TV 업계 불만이 있다. 케이블TV 업계 안에서도 광고 영업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단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글로벌 시청률 조사 시장에서 1위 기업인 ABG닐슨이 국내 시장에서도 9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문제가 크다고 비판한다. 방송 업계 주요 재원인 광고 매출 등에 시청률 통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민간 사업자가 별다른 감시 없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지적 내용이다. 케이블TV 업계에 불리한 시청률 조사 방식이 개선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도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18일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조사 기관의 패널 구성에 있어 케이블TV 가입자 패널 비율이 현저히 낮다.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아 조사 결과에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AGB닐슨도) 인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아 매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AGB닐슨이 진행하는 시청률 조사는 표본조사 방식이다. 시청률 조사에 참여하는 표본 가구(패널)를 중심으로 통계를 낸다. 이때 모집단 비율과 비교해 케이블TV 패널 비율은 비교적 적은 반면, IPTV 패널 비율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GB닐슨 시청패널 자료에 따르면, 전국가구 기준 케이블TV 패널 비율은 모집단 대비 60%에 불과했다. 반면 IPTV 패널 비율은 126%에 달해 과대 표집이 나타났다.

한국언론학회가 19일 진행한 ‘현행 시청률 조사의 한계와 시청행태 변화에 따른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지적은 이어졌다. 세미나에선 실제 시청한 사람이 있더라도 표본으로 잡힌 패널이 적다 보니 시청률이 0%로 나오는 상황이 발생해 관련 업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해당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성윤택 코바코(KOBAKO) 연구위원은 "시청률 검증이 필요하나 현재 국내에는 없다"며 "K-MRC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시청률 조사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MRC(Media Rating Council)는 미국 미디어시청률위원회다. 1960년대 미국에서 정부 개입보다는 업계 자율 규제가 낫다는 논의가 진행된 결과 탄생한 민간 중심의 시청률 조사 검증 기구다. 2020년 기준 155개 회원사가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적합한 시청률 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데 목적을 둔다.

방통위 역시 미국 사례를 참고해 민간 중심의 시청률 조사 검증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제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결과를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미국에선 (시청률 조사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MRC가 있다고 들었다. 저희도 그런 방향에서 준비를 하려고 전문가 회의를 하면서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