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심판'이자 '선수'로 뛰면서 자기사업을 우대하는 행위, 다른 사업으로 확장해가는 시장지배력 전이 등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규제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가면 다들 목소리가 작아진다. 혁신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시장을 독점하는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의 저자인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을 하는 부분이 있고 이해상충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것도 있다"며 "가능하면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즉 플랫폼 기업이 해외 진출하고 새 비즈니스모델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이해상충을 하지 않도록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강 팀장의 규제 방안은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매우 강경하다. 강 팀장은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부수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 쇼핑, 금융 등 '핵심사업'과 클라우드, 네이버웍스 등 '인접(지원)사업'은 그대로 두되 웹툰, 음악, 게임 등 '부수(콘텐츠)사업'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또 "네이버가 예금, 대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면 금융사 판매사 또는 대리·중개사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으로 같은 서비스(행위)에 대해서는 주체가 누구든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 결과의 불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외부감사 제도를 제안했다. 강 팀장은 "알고리즘이나 검색어 추천 등을 외부에 완전히 공개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들이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듯이 공정성에 대해 감사를 받으라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책에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보면 전통적 기업들과 완전히 다르다. 전통기업들은 재료를 사와서 디자인하고 판매하면서 밸류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들은 사람들을 모으고 네트워킹하고 연결한다. 그리고 마지막 기능이 규율이다. 플랫폼 생태계라고 불리는 이유가 수요자(소비자)와 참여자(생산자)가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플랫폼이 심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버의 경우 승객이 우버를 탔다가 강도 당하면 큰일 난다. 그래서 안 좋은 공급자들을 걸러내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생태계에서 플랫폼 기업이 정부이자 심판인 것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네이버가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네이버나 다른 플랫폼 행태를 보면 중소기업들 약탈하거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식으로 진출하니까 문제가 생기고 이런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 네이버의 문제점을 정리하자면.

"첫째, 심판이자 선수로 참여해 이해상충을 일으키는 것. 둘째, 중소상공인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문제. 세째, 사회 경쟁구조를 깨뜨리면서 혁신기업의 등장을 저해하는 것.

특히 첫째 이해상충 문제는 금융회사나 언론사와 비슷하다. 금융회사는 어떤 기업이 잘 나갈지, 대출 상환 능력이 어떤지를 보고 대출을 한다. 언론사도 사회에 대한 심판역할을 한다. 금융사나 언론사들은 심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기업보다 강한 규제를 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

- 그럼 어떤 방법으로 규제해야 하나.

"책에서 인공지능, 즉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외부감사 제도를 제안했다. 알고리즘이나 검색어 추천 등을 외부에 완전히 공개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들이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듯이 공정성에 대해 감사를 받으라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사는 이사회 구성에 대해 총 이사가 몇 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 중 사외이사 비중은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등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와 마찬가지로 플산분리(플랫폼-산업 분리) 규제도 해야 한다."

- 플산분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플랫폼 기업 중 네이버를 예로 들면, 네이버 비즈니스를 크게 핵심사업, 인접(지원)사업, 부수(콘텐츠)사업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핵심사업은 검색, 쇼핑, 금융이라고 보고 인접사업은 클라우드, 네이버웍스, 클로버(인공지능 프로그램) 등이다. 부수(콘텐츠)사업은 게임, 웹툰, 음악 등으로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다.

플산분리 범위에 대해 혁신과 공정성·경쟁성을 적당히 고려해 가를 수 있는 기준을 판단해 본다면, 핵심사업과 인접사업은 같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콘텐츠사업은 부수적인 것이어서 카카오로 치면 꽃배달 같은 건데, 이런 것들은 과감히 기업분할해야 한다."

- 네이버를 규제하면 혁신을 저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건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지금은 혁신도 중요하지만 공정성에 더 방점을 두자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웬만한 정부보다 힘이 세다는 얘기도 하니까.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가 너무도 비대해지고 예전 재벌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하니까 그런 쪽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아닌가.

플랫폼 기업이 만들 수 있는 혁신이 뭔지 생각해보면,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람 모으고 ▲소비자나 공급자 등을 연결해주고 ▲규율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은 앞에 두개에서 많이 일어난다. 플랫폼에서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첫째, 똑같은 연결인데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 캐릭터나 메타버스 같은 것이다. 둘째, 새로운 기기를 플랫폼으로 하는 것, 인공지능 스피커나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째, 해외 시장을 개척하거나 여태껏 없었던 헬스케어, 금융으로 진출하는 등 연결을 확장하는 것이다."

- 규제 강경론자인데, 혁신의 힘을 크게 인정하는 것 같다.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을 하는 부분이 있고 이해상충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것도 있다. 가능하면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즉 플랫폼 기업이 해외 진출하고 새 비즈니스모델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이해상충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플산분리를 하되 핵심사업과 인접(지원)사업은 분리하지 않는 게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공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 이같은 플산분리를 네이버에 적용한다면 검색과 쇼핑은 함께 할 수 있는데,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쇼핑이 맨 위에 나온다. 자기사업 우대행위에 해당하는데.

"그렇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가 플랫폼과 플랫폼의 분리다.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5개 패키지 법안 중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에서는 이런 유사한 플랫폼간의 분리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예를 들어 구글(포털)과 유튜브(동영상)을, 페이스북(SNS)과 왓츠앱(메신저)를 분리하라는 것이다. 같은 소셜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텍스트 중심이고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이니까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플산분리를 더 강력하게 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을 동시에 못하도록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은 하다. 그런데 그러면 플랫폼의 혁신적 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것보다는 콘텐츠사업만 분리하는 게 절충점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에서 플랫폼과 플랫폼을 분리하라고 하는 이유는 플랫폼 간 경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시장을 70% 이상 차지하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고, 아마존도 정도는 덜하지만 비슷하다. 보다 더 경쟁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 쿠팡과 네이버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지 않을까.

"플랫폼 간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거기서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데이터 이동권이다. 휴대폰 전화번호를 그대로 가지고 SK텔레콤에서 LG텔레콤으로 옮겨가고,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등 콘텐츠를 가져가기 쉽게 돼 있듯이. 플랫폼에 쌓아놓은 내 저작물이나 사진 등 콘텐츠, 내가 잘 모르는 사이에 플랫폼에 축적된 검색 정보, 위치 정보 등을 쉽게 내가 원하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이동권과 삭제권이 필요하고 그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어야 소비자가 한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플랫폼끼리 경쟁이 활성화된다."

- 중앙공무원 생활은 얼마나 했나. 금융위 소속인데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15년 됐다. 금융을 주로 담당해서인지 규제론자다. 책 뒷부분에 보면 소유권 제한 문제도 언급했고, 더 강경하게 플랫폼을 도로 인프라처럼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구글 등이 세계적으로 독점 체제를 구축했지만 중국, 한국, 일본 등은 좀 다른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우버를 압도하는 그랩이 있기도 하다. 중국의 경우는 외국 검색업체가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하기도 하니까 좀 다르고. 한국과 일본은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 등 때문에 보호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검색도 초기에는 영어 기반 검색엔진이 엠파스, 네이버의 자연어 검색을 따라가지 못해 한때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야후코리아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았나.

지금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에 충분히 규제를 가하고 네이버에 공정 경쟁 의무를 지운다고 해도 국내 시장이 외국 기업들에게 장악될 것 같지는 않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큰 어드밴티지(유리한 위치)를 갖고 있기에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빅테크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미디엄테크 정도는 된다."

- 데이터 3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능해졌는데 네이버가 금융까지 결합하면 그 서비스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카카오뱅크 등의 미래가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비대면 방식으로는 팔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다. 부동산 담보대출도 현재 못하고 있다. 집단대출 등이 수익성 높은데 못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나 네이버 제휴 금융이 젊은 층에서 점유율이 높아서 앞으로 금융회사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 대세는 플랫폼이며, 금융사들도 플랫폼으로 바뀌고 싶어한다."

-금융사는 플랫폼이 되기 어려울텐데.

"일단 금산분리 때문에 안 된다. 금융회사가 IT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이걸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산분리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다.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국민은행이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회사를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월마트가 '아마존 킬러'라고 불리는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해 본격적으로 아마존과의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처럼 하도록 해야 한다."

- 금융사들에게 현실적인 다른 방법은.

"그래서 금융사들이 네이버, 카카오와 협업을 한다. 협업하는 이유는 브랜드(마케팅), 인공지능(챗봇), 데이터(맞춤형 서비스) 등 때문인데 이는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종속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골드만삭스가 이제는 IT기업이라고 선언했듯이 금융사 자체가 IT기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는 너무 관료적이라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부부처가, 어떻게 주도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동일한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네이버가 금융사와 제휴해 예금이나 대출 상품을 판매한다면, 네이버 자체가 예금·대출 상품 판매에 수반되는 소비자 피해 보상이나 금융 안정성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요건을 맞춰야 한다.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부동산 기능이나 법률상담 서비스는 기능에 따라 각각 국토부나 법무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너무 커져버린 것은 그 실체에 따른 규제를 받아야 한다. 유럽에서 지난해 12월 발표된 디지털시장법(DMA)에서 매출액 등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자기사업 우대 금지, 데이터 이동권 보장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한 게 그것이다. 플산분리도 마찬가지다. 기능별 규제와 실체에 따른 규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걸 맡아야 하는 정부부처는 당연히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될 것이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