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투잡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해 연 3000만원의 소득이 발생했다. 이 밖에 보유한 주식으로 400만원의 배당수익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팔아 2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때문에 A씨는 일년 동안 매월 11만4333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게 됐다.

# 최근 퇴직한 B씨는 퇴직금으로 가상자산을 매매해 2억원의 시세 차익을 냈다. 이후 B씨는 일년 간 매월 117만4744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만약 현행 소득세법 개정안대로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된다면, A씨는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 385만원에 건강보험료 137만2000원을 더해 총 522만2000원을 내야 한다. 가상자산 매매 소득의 26%에 달하는 수준이다.

B씨가 가상자산 시세 차익으로 납부하는 세금은 4345만원이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1409만6928만원을 더하면 총 5754만6928만원을 내게 된다. 가상자산 소득의 28.8% 규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가상자산 투자자가 건강보험료 상승을 우려해 이같이 세무 상담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2년 1월부터 가상자산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시세 차익에 대해 20%의 세율을 매긴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총 22%의 세금을 내야한다. 공제 금액은 250만원까지다. A씨는 2000만원에서 250만원을 제외한 1750만원, B씨는 2억원에서 250만원을 뺀 1억975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주목할 대목은 가상자산 시세 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타소득은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 소득원액보험료를 산정할 때 포함되는 소득에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이 있다. 근로·연금 소득은 30%를 대상으로 하지만 기타소득은 전액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가상자산 양도 차익에 대해 "금융, 이자, 배당소득으로 건강보험소득과 연계되는 부분이라면 보험료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프리랜서나 퇴직한 지역 가입자의 경우 보수 외 소득 합산 공제액이 없어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금융·사업·연금·기타 소득 합산액이 34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건강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즉 근로소득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투자자가 가상자산 매매로 3400만원을 번다면 추가로 내는 건강보험료가 없다.

문제는 지역 가입자다. 지역가입자가 가상자산 매매로 얻은 이익은 전액 기타소득으로 산정된다. 만약 6억원 쯤의 시세 차익을 보면 장기요양보험료까지 포함해 최대 월 400만원에 가까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 세금 1억3200만원에 건강보험료 4800만원까지 총 1억8000만원을 납부한다. 가상자산 수익의 30%다.

주식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으로 번 돈은 양도소득에 해당한다. 양도소득은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보더라도 건강보험료는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과세 인프라를 갖춘 주식양도소득세를 오는 2023년 1월부터 확대하기로 한 반면 과세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가상자산은 내년 1월부터 시행해 업계 지적이 이어졌다. 비과세 한도 차이도 크다. 주식의 비과세 한도는 5000만원으로 가상자산 250만원보다 20배 크다.

정부는 국제 회계기준인 IFRS를 기준으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주식처럼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매매가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소득세법에 따르면 무형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국제 회계기준을 국내 세금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세무회계 문의 문용현 대표 세무사는 "이전에는 기타소득 분리과세의 경우 지역가입자 소득금액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규정이 바뀌면서 가상자산 시세 차익이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신고가 시작되는 2023년이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근거로 가상자산 소득을 산정 대상에 포함시킬 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화 분야에 대한 과세는 회계기준과 달리 적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것을 우려한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며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 시세 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상당한 조세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