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64%인 10조600억원을 벌어들였고, SK하이닉스도 4조17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4조4301억원) 이후 2년 반 만에 4조원대 영업이익을 돌파했다.

양사는 3분기에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이같은 성적이 4분기와 내년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원가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적 부품 공급난 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역시 단기적인 가격과 수요 하락 등 우려가 크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4분기부터 꺾이고, 내년에는 본격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는다. 트렌드포스는 9월 보고서에서 2022년 D램 가격이 15~2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도 18%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미세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을 확대하며 불투명한 반도체 업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EUV 공정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 D램 분야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존 불화아르곤 공정으로는 D램의 생산성과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 공급한다.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치 않다. 대당 가격이 2000억원에 이르며 한대를 만드는 데 무려 20주 이상이 걸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모듈을 고객사들에게 공급했다. 올해 10월 12일에는 EUV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램 양산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14나노 D램은 EUV 적용으로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이 20%쯤 향상됐다. 소비전력도 이전 공정 대비 20%쯤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10월 28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EUV 기술 기반의 차세대 제품 양산 확대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14나노 공정 램프업(생산 확대)이 내부에서 놀랄 정도로 빨라 (공정 수율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14나노 D램은 EUV 공정 노하우가 적용했고, EUV 생태계를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품이다"라고 강조했다.

EUV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생산능력도 2026년까지 2017년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경우 평택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팹(공장) 신설 검토 등 EUV 공정에서 고객 수요를 최대한 충족할 수 있는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프라와 장비 등 전례 없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계획에 따라 2017년 대비 올해 생산능력이 1.8배 확대됐고, 2026년까지는 3배 가까이 큰 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EUV을 활용한 4세대 D램(1A) 제품과 차세대 반도체 DDR5 등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월 ASML과 5년간 4조7549억원에 달하는 장비도입 계약을 맺었다. 대당 가격과 총액을 추산하면 SK하이닉스는 5년간 20대 이상의 EUV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EUV 공정을 적용한 10나노급 4세대(1a)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했다. EUV공정이 적용된 1a급 D램은 이전 세대인 1z D램과 비교하여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25% 늘어난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원가 절감을 이룰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UV 장비를 활용해 양산하는 4세대 D램은 모바일 수요에 대응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 장비를 사용해 만드는 4세대 D램 제품은 모바일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시작했다"며 "DDR5 제품도 하반기 다량 생산을 시작했고,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EUV 공정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1a D램 모든 제품을 EUV를 활용해 생산할 방침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