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판값이 4만원을 넘어 8만원의 문턱을 두드린다. 프리미엄 과자와 라면도 상품도 속속 등장한다. 식품업계는 줄잇는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원자재값 상승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시대 새로운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한국피자헛은 최근 1미터 길이 ‘리모 피자'를 선보였다. 연말연시 소규모 홈파티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으로 불고기·페페로니·슈프림 등 피자헛 베스트 토핑 3종을 한판에 담아냈다.

피자헛 리모 피자 한판가격은 무려 7만9000원이다. 프리미엄 라인업 답게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은 가격이다. 최근 피자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피자한판에 사이드 메뉴를 포함한 세트 가격을 기준으로 5만원은 쉽게 넘어간다.

1미터 길이 프리미엄 피자 ‘리모 피자' / 한국피자헛
1미터 길이 프리미엄 피자 ‘리모 피자' / 한국피자헛
식품·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정수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족도가 높은 상품에 과감히 돈을 투자하는 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와 코로나19 불경기로 더 심화된 소비 양극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피자업계도 활황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 국내 운영사 청오디피케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2328억원,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16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피자헛의 경우 2020년 매출은 1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10%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상품 전략이 곡물 등 식품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농심이 최근에 선보인 ‘새우깡 블랙'의 경우 기존 새우깡 대비 50% 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2주(10월18~31일)만에 220만봉 판매를 기록했다. 농심에 따르면 최근 수 년간 출시된 스낵 신제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13일 진행됐던 라이브쇼핑에서는 방송 시작 30분만에 사전 준비된 5000세트가 완판되기도 했다.

최근,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선보인 한 봉지 2200원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도 소비자와 식품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림은 자사 라면 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연간 매출 7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원자재값과 물류비 급등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호소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기존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 반감을 사는 것보다 고급화된 제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경영지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