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기업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주력 사업인 술 신상품 개발은 기본이고, 술과 연관될 수 있는 안주용 식자재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하이트진로는 주류회사라는 타이틀에 엔젤투자자라는 지위까지 가졌다. 2020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한다.

유통업계는 주류업계의 스타트업 투자가 기존 산업을 넘어 식품 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 증대 영향이라고 본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도 스타트업 투자의 배경 중 하나다. 환경 문제 해결과 함께 신생기업과의 상생을 시도함으로써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식품·스마트팜·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투자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위생·스킨케어 스타트업 ‘헤드쿼터'와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술 제조사가 소비자의 구강 건강케어까지 나섰다며 이색적인 투자라고 평가한다.

하이트진로 측은 헤드쿼터가 연구개발(R&D)기술기반의 제품 기능성과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헤드쿼터는 3월 프리미엄 위생, 스킨케어 브랜드 ‘어터(UTTER)’를 출시하고 7월에는 구강위생 전문 브랜드 ‘투스티(TOOSTY)’를 출시했다. 올해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린 스마트팜 / 하이트진로
그린 스마트팜 /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9월 유통·스마트팜 스타트업 ‘그린'과도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스마트팜 시장이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임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그린'의 스마트팜은 도심 내에 설치 가능한 설비다. 현재 마곡과 김포에 도시 농장을 설치한 후 운영 중이며, 허브, 스테비아, 와사비, 미니양배추, 애플수박 등 고부가가치 특수작물 13종을 재배하고 있다. 향후 두바이에 도시농장법인을 운영 예정이며, 콜롬비아에 시설 수출도 협의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비건 식품 스타트업 ‘엔티'에도 투자를 했었다. 비건 트렌드와 함께 건강식인 나물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엔티의 서비스 ‘나물투데이’는 제주도, 울릉도 등 전국 농가와 계약을 맺고 나물을 방식으로 가공한 후 소비자 식탁까지 배송한다. 백화점, e커머스 등 판매채널을 보유했다. 단기간에 1만6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하이트진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리버'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클라우드 기반 창고관리시스템(WMS)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허재균 하이트진로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다양한 서비스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며 "식품 분야는 물론,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ESG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푸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손잡고 맥주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해 환경친화 식품을 만들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맥주 양조 중 맥아즙을 만드는 담금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부산물인 ‘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식품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박 업사이클링은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상생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ESG 사업모델이다"며 "국내 ESG 선도기업으로서 환경과 사회를 위한 혁신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최근 서울창업허와 손잡고 ESG분야 혁신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에 나섰다. ▲친환경·ESG ▲신사업개발 ▲업무 효율화 및 자동화 ▲AI·빅데이타·소비자 참여도 증대 솔루션 등 1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유치와 글로벌 진출 등 맞춤 성장까지 원스톱 밀착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