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차세대 CPU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크게 갈리고 있다.

이전 11세대 대비 압도적으로 향상된 성능은 분명 인상 깊다. 하지만, 향상된 성능만큼 소비전력이 대폭 늘어난 데다 무엇보다, 업계 최초로 개인용 PC에서 DDR5 메모리를 도입했음에도, DDR4보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래도 인텔의 12세대 프로세서를 보는 시선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전 세대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비롯해, 각종 차세대 기술을 대거 도입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CPU로, 첫술에 보인 성능과 안정성은 그만큼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좋아질 수 있는 여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 인텔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 인텔
인텔은 이번 12세대 프로세서에서 ‘소비전력 대비 성능’, 소위 ‘전성비’를 대폭 끌어올렸다. 비록 최상위 모델인 i9-12900K가 최대 부하에서 200W를 훌쩍 넘는 상당한 전력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전성비’ 자체는 이전 인텔 제품들보다 확실히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현재 출시된 12세대 프로세서 중 가장 하위 모델인 코어 i5-12600K가 이전 11세대 최고 모델인 코어 i9-11900보다 소비전력과 발열은 훨씬 낮으면서 비슷하거나 훨씬 앞서는 성능을 보인다.

최근 IT 하드웨어의 발전 방향이 ‘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소비 전력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흐름인 것도 인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엔비디아가 출시한 지포스 30시리즈는 이전 지포스 20시리즈 대비 소비전력이 크게 늘었지만, 그 이상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보여주면서 업계에서 확실한 성공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애플이 독자 개발한 애플실리콘 M1 시리즈 역시, 잘 살펴보면 무작정 코어를 늘리는 대신, 한정된 코어 구성에서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애플은 차세대 맥북 프로용 M1 프로, M1 맥스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비슷한 성능을 더 낮은 소비전력으로 제공하고, 비슷한 소비전력에서는 훨씬 우수한 성능을 제공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즉, 인텔의 12세대 프로세서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한 완전히 새로운 제품임에도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는 제품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이번 12세대 프로세서가 AMD의 라이젠 5000시리즈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실패작’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AMD 역시 완전히 새로운 ‘젠(Zen)’ 아키텍처를 적용한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가 당대의 인텔 CPU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내로남불격 주장이다.

AMD 라이젠도 꾸준히 젠 아키텍처를 개선하고 갈고닦아, 3년이 지난 3세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인텔을 따라잡았다. 현재 주력인 4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를 출시하고 나서야 마침내 인텔을 넘어서고 PC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했다는 평을 받게 됐다.

그런데, 공개된 성능만 보면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은, AMD가 어렵사리 벌려놓은 성능 격차를 단 1년 만에 따라잡았다. AMD 입장에선 자칫 방심하다 모처럼 확보한 PC 시장 주도권을 다시 뺏길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번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아직은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완전히 뒤집기에는 살짝 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향후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바꿀만한 영향력은 충분히 갖춘 제품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텔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는데 기대감이 모아진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