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불구하고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기술 기업 중 그러한 곳들이 많다. 클라우드는 최근 산업계의 화두인 ‘디지털 전환'에 필수인 기술이다. 인터넷 통신망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CPU, 메모리, 디스크 등)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인터넷 기반 컴퓨팅 기술이다.

클라우드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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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클라우드 업계 등에 따르면, 클라우드매니지드서비스(MSP) 사업자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를 이어갈 전망이다. 메가존 그룹의 연간 매출은 8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2020년 매출은 5110억원이었다. 2022년에는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2020년 영업손실 277억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MSP 후발주자인 베스핀글로벌의 2020년 매출은 전년대비 88% 늘어난 1599억원이다. 2020년 영업손실 24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흑자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지만,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향 곡선을 그린다.

메가존클라우드는 6월 세일즈포스 등로부터 19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베스핀글로벌은 하반기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아직 투자에 집중하다보니 적자가 나고 있다"며 "회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2000억원 투자 유치도 순항 중이다"고 말했다.

국내 클라우드 빅3 중 한 곳인 NHN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NHN은 사업부문별 수익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적자 규모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공공사업 수주 실적 증가와 함께 상장(IPO)을 검토 중이다. 올해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2021년 공공부문 수주액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 클라우드 기업 중 적자임에도 ‘기대'가 큰 기업이 상당수 있다. 구글클라우드와 스노우플레이크가 대표적인 예다. 구글클라우드(GCP)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클라우드 빅3로 불린다.

만년 적자를 기록한다고 지적받는 구글 클라우드는 최근 적자 폭을 줄였다. 구글 클라우드는 2021년 3분기 매출 49억9000만달러(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사업부문은 구글포토 등 일부 무료 서비스 축소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3분기 34억4400만달러(4조309억원)보다 45% 증가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확 줄었다. 2020년 3분기 12억1000만달러(1조400억원)였던 적자는 올해 동분기 6억4400만달러(7074억원)였다.

구글의 적자는 AWS와 MS애저를 따라 잡기 위해 데이터센터, 기술 및 직원 등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구글 클라우드의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구글 클라우드가 2020년 56억달러(6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36억달러(4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노우플레이크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오히려 기업가치가 상승해 주목을 받는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클라우드 기업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돕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스노우플레이크는 2022년 회계연도 2분기 기준 매출 2억7220만달러(31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2억달러(2300억원)로 적자다.

스노우플레이크의 시가총액은 10일(현지시각) 기준 1086억달러(128조원)에 달한다. 2020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당시 시총(700억달러, 84조원)보다 55% 증가했다. 연간 매출이 아직 1조원도 채 되지 않지만 기업가치만 100조원이 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인력 및 인프라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며 "투자업계에서는 실적이 아닌 고객사 수 증가 등 지표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어 현재의 실적과 상관없이 기대감을 얻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