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관련 법안이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만약 한 명의 의원이라도 과세 유예를 반대할 경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후보의 공약과 당론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데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어 내년도 과세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도소득세 개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먼저 논의된 데다가 17일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이 다뤄지면서 안건 순위에서 밀렸다.

조세소위 측은 빨라야 내주 수요일에나 법안이 상정될 수 있다고 내다 본다. 기재위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서에는 이번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이 명시돼 있다. 여야가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루기로 합의를 마치면서 기재위가 미리 법안을 검토했다는 의미다.

기재위 관계자는 "검토보고서에 언급된 법률안은 모두 조세소위에 상정된다"며 "보고서를 바탕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지 논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조세소위 ‘과세유예’ VS 정부 ‘과세강행’

조세소위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유경준·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안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이상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매매로 얻은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연 22%의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할 방침이다. 세액공제는 250만원까지다.

법률 검토보고서를 보면 기재위는 가상자산이 투자자산의 성격을 가져 2023년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시기를 맞추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체계를 충분히 마련한 후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기재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의무부과나 정보비대칭 완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고 과세부터 실시하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과 납세순응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라는 수평적 과세형평성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서도 조속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주요 국가들이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를 시행하고 있어 국제 흐름에 뒤쳐질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한 명만 반대해도 법안 논의 멈춰…업계 예의주시

현재 조세소위 위원은 총 13명이다.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2명이다. 통상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가상자산 과세에 반대 의견을 낼 경우 법안 논의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당 내에서 몇몇 의원이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기재위 간사실 관계자는 "법안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과는 회의가 끝나야 알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과세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이에 동의하는 의원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안 통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선후보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 국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 법안을 반대할 경우 회의록에 이름이 남아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질타를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도 뒤따른다.

국회 관계자는 "모든 논의 과정이 공개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