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무야호’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이달 12일 95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콘텐츠는 2010년 3월 6일 알래스카에서 만난 최규재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7초 짜리 동영상이다. 최근 밈(meme)으로 재탄생하며 수 많은 패러디를 낳자 그 인기에 힘입어 NFT로 발행·판매됐다.

NFT(Non-Fungible Token)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의 디지털 파일이자 토큰이다. 해킹을 막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 방송 콘텐츠를 NFT로 발행하면 개별 영상 하나하나에 고유한 인식표가 부여 돼 개인이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무야호 NFT를 포함해 MBC의 수많은 NFT 콘텐츠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블로코의 아르고(Arego)를 기반으로 발행됐다. 이들 콘텐츠는 ‘아카이브 바이 MBC(Archive by MBC)’와 씨씨씨뷔에서 볼 수 있다. 씨씨씨뷔는 블로코의 자회사 블로코XYZ가 운영하는 NFT 플랫폼이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가 ‘NFT 부산 2021’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블로코 제공
김종환 블로코 대표가 ‘NFT 부산 2021’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블로코 제공
무야호 NFT는 콘텐츠 출처와 가치가 명확하다. 매매 후 권한은 송출권에 제한된다. 플랫폼에서 해당 콘텐츠를 클릭하면 작품 번호와 형태, NFT 등록일을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정보도 표기된다. 작품과 작가의 이력이 충분히 검증됐고 법적 분쟁 소지도 줄였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거래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데 주력했다. 작가와 작품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법적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블로코XYZ가 지상파 콘텐츠와 같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이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에 한해, 법률 자문을 거쳐 NFT를 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로코XYZ는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예술품과 문화재를 NFT로 발행하는 데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드라마어워즈의 디지털 NFT 트로피를 제작하고 웹툰 원작 지적재산권(IP)을 여럿 보유한 와이랩과 웹툰 이미지들을 NFT로 발행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콘텐츠 가치 확인, 매매의 법적 성격 확인해야"

최근 NFT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마켓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김종환 대표는 NFT가 나타내는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하고 매매의 법적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NFT관련 규제가 없어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종환 대표는 "NFT 마켓의 약관을 보면 저작권을 팔겠다는 건지 소유권을 팔겠다는 건지, 대체 무엇을 팔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넷플릭스니 디즈니 플러스에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는다. 약관을 보면 판매 상품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플레이투언(Play To Earn) NFT도 개념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시장에 NFT 불완전판매로 인한 혼란이 일것이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수수료를 챙긴 NFT 플랫폼은 책임이 없다고 팔짱을 낄 것이다. 이는 시장을 죽이는 행위다"라고 경고했다.

김종환 대표는 최근 세미나나 강연에 참석해 NFT의 건전한 성장을 강조해왔다. 실제 많은 시장 참여자가 김종환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며 동참의 뜻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환 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며 "NFT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NFT 불완전판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환 대표는 "저소득자에게 부동산 대출을 해주자는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된 신용평가로, 이상한 금융상품을, 부실한 부동산 대출을 해주는 형태가 문제"라며 "일부 NFT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술시장이나 콘텐츠 시장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이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에게 펀딩이 이뤄지고, 블록체인을 통해 이러한 과정이 잘 돌아간다면 문제 될 게 없다"며 "누가 미래의 봉준호 감독인지, 누가 BTS 될 것인지 찾는 게 우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뮤니티만 내세우는 NFT 블록체인 주의해야

김종환 대표는 커뮤니티만 내세우는 NFT 블록체인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NFT 가치는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환 대표는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가 탄생한 것은 BTS의 음악이 예술적 가치가 있고 BTS가 만드는 콘텐츠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콘텐츠의 가치와 예술적 담론이 우선이다. 이후 이를 추종하는 커뮤니티가 생기고 가격을 방어한다는 논리가 맞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격을 올려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이유로 ‘펌핑앤 덤핑’이 이뤄지는 것은 폰지스캠과 마찬가지"라며 "오로지 커뮤니티만 키워서 NFT 관련 코인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표적인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일침을 놨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