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복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다. NFT로 이전되는 권리 대상이 불분명해 분쟁 소지가 높고, 활용처가 사라지면 가치가 0원으로 수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NFT의 법적 정의가 없고 거래 참여자의 규제 공백이 낳은 위험으로 평가된다. 후자는 NFT가 중앙화된 플랫폼에서 발생·활용되는 시장 관행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NFT가 특정 블록체인 메인넷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중앙 서버에 종속되는 기술적·폐쇄적 운영 방침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엑시인피니티 NFT ‘엑시’, 소유권 여부 두고 사기 논란

NFT 게임 엑시인피니티의 캐릭터 ‘엑시’를 구매한 이용자는 엑시를 상업적 이득을 위해 이용할 수 없다. 라이선스 계약 없이 엑시를 상품화해 1만달러(1177만원) 이상 버는 것도 금지된다. 엑시를 포함한 모든 그래픽은 기업이 소유한다. 아이템 저작권과 복제권도 기업이 보유한다. 하지만 엑시인피니티는 구매자들이 엑시를 소유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 전문대학원 부교수는 논문 ‘NFT 콘텐츠 거래의 법적 쟁점에 대한 고찰’에서 엑시인피니티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NFT 구매자는 그들이 NFT를 재판매할 수 있고 기존 판매자가 구매자의 권리를 간섭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구매한 것이다"라며 "NFT 거래 현실에 대한 일종의 기만이다"라고 표현했다.

반면 엑시인피니티가 약관에 규정한 저작권과 소유권은 그래픽 디자인에 한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용자는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소유권만 갖는다는 주장이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엑시인피니티 게임과 아이템 그래픽 저작권, 소유권은 기업이 보유하는 게 맞다"며 "이용자는 NFT가 표상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을 지닌다. 엑시인피니티 약관은 엑시를 다양하게 발행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과 소유권을 기업이 가진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NFT 매매 라이선스 계약 명확히 해야 분쟁 예방

이쯤 되면 엑시에 어떤 권한이 담겨있는지 투자자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NFT 발행사가 NFT의 스마트컨트랙트에 담은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현경 교수는 "NFT를 제공할 때 해당 저작물의 이용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명확한 라이선스는 NFT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고 후일 NFT 구매자가 해당 디지털 작품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MBC가 발행한 무한도전의 ‘무야호 NFT’는 송출권을 판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과 소유권은 모두 MBC가 보유한다. 저작자를 표시해 인용·전재할 수 있다고 명시해 구매자는 어떤 권리를 구매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즉 대다수 NFT 매매자는 무엇을 사고파는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인호 고려대학교 교수 겸 블록체인연구소장은 "NFT 자체는 대항력이 없다. NFT를 샀더라도 이를 전시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저작권, 소유권, 사용권 등 발행자는 NFT가 어떤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NFT 마켓 사업자는 발행자로 하여금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고지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도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단 변호사는 "NFT 마켓 사업자도 어떤 권리를 이전하는지 상세 내용을 공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기술 시장의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지침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NFT 탈중앙화·상호운용성 관건…기술적 고려 필요해

NFT가 지닌 또 다른 문제는 상호 운용성이다. 대표적으로 싸이월드 도토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싸이월드 도토리 구매자는 싸이월드가 폐쇄되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도토리를 NFT로 발행해 개인 지갑에 보유했더라도 활용처가 없어 가치는 제로에 가깝다. NFT가 지닌 맹점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블록체인 메인넷을 사용할 경우 메타버스 공간이나 마켓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오픈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면 발행 플랫폼이나 마켓 사업자가 다르더라도 이더리움 기반 사업자끼리는 자유롭게 활용하고 매매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중혁 아톰릭스랩 이사는 "블록체인 탈중앙성을 보장하지 않고 사업자의 중앙 서버에만 종속하는 NFT는 차츰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 사용가치를 넓히기 위해 플랫폼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사업자들이 오픈 운영 방식을 취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권단 변호사는 "리니지에서 구매한 집행검을 모두의 마블에서도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라며 "마켓 사업자가 호환성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점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NFT에 호환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는 기술적 숙제로 남아있다. 김정현 카카오 그라운드X 클립드롭스 개발팀장은 "이더리움 계열 스마트 컨트랙트는 모두 EVM이라는 환경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에 배포돼 사용되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른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로 이동시킬지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관영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책분석팀장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발행된 NFT가 상호호환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간 네트워크 프로세스, NFT 발행방법 등이 유사해야 한다"며 "호환이 되지 않은 경우나 플랫폼이 사라질 경우 NFT와 저장된 스마트컨트랙트를 재설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컨트랙트를 저장하는 경우 상호호환이 가능하도록 규격을 정하는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 위원을 맡고 있는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블록체인 메인넷과 플랫폼 또는 마켓 사업자가 성장 가능성이 크고 지속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NFT에 투자한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IT조선은 오는 12월 20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NFT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NFT 현황을 분석하고 그 성장 가능성을 전망한다. 또 국내 NFT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과 육성, 규제책을 모색한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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