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기업이 플래그십 모델에서 고배기량 엔진을 퇴출한다. G90과 K9은 더 이상 5L 타우 엔진을 채택하지 않고, 용량을 줄인 3.5L쯤 내외 엔진만 판매하기로 했다. BMW도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 신규 세대부터 12기통 엔진을 없애기로 했다.

자동차업체가 플래그십 모델에서 고배기량 엔진을 제외시키는 이유는 탄소 규제 부담 때문이다. 고배기량 엔진은 배기가스가 많은 만큼, 탄소 배출량도 많아 갈수록 높아지는 글로벌 환경 기준을 준수하기 어렵다. 완성차 기업은 고배기량 엔진 사용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활용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기존 고배기량 엔진을 대체하려는 모습이다.

4세대 완전변경 신형 모델부터 8기통 5L 타우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G90 / 현대자동차그룹
4세대 완전변경 신형 모델부터 8기통 5L 타우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G90 / 현대자동차그룹
15일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플래그십인 G90은 17일부터 계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G90은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에쿠스의 명맥을 잇는 차로, 이번에 출시된 G90은 EQ900 등 3세대를 잇는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이번 4세대 G90은 더 이상 8기통 타우 엔진을 더 이상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3.5L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삼고, 48V 일렉트릭 슈퍼 차저 시스템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8기통 타우 엔진은 현대에서 개발한 엔진으로, 현대차그룹의 플래그십 세단에서 사용됐다. G90도 전신인 에쿠스부터 3세대 모델까지 4.6~5.5L 급 8기통 타우엔진을 탑재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G90에 탑재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시스템의 경우 세계적인 탄소 규제 등과 친환경 추세 등에 대해 고려하면서도 저중속 가속 응답성을 향상시키는 데 무게를 뒀다"며 "슈퍼차저 시스템은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대에서 모터로 압축한 공기를 한 번 더 엔진에 과급해 3.5 터보 엔진의 최대 토크 발휘 시점을 앞당긴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인 K9도 올해 6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에서 5.0L 타우 엔진을 삭제한 바 있다. 수요가 적었던 5.0L 엔진을 과감하게 없애고, 주력인 3.8L 가솔린 자연흡기, 3.3L 가솔린 터보 엔진만 남겼다. 현대차그룹 내 최상위 차종 2개가 모두 고배기량 엔진에서 탈피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4세대 G90과 페이스리프트 된 K9에서 5.0 타우 엔진을 탑재하진 않았지만, 이를 타우 엔진의 ‘단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8기통 5.0L 엔진을 삭제한 기아 K9 / 이민우 기자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8기통 5.0L 엔진을 삭제한 기아 K9 / 이민우 기자
현대차 외 다른 글로벌 완성차도 플래그십 모델에서 점점 고배기량 엔진을 제거하는 추세다. BMW 그룹은 2022년 공개될 플래그십 세단 신형 7세대 7시리즈부터 12기통 6.6L 트윈 터보 엔진을 단종시킬 예정이다. BMW 7시리즈는 현재 M760Li 모델에서만 12기통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는 완성차 기업에서 플래그십 세단의 고배기 엔진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로, 탄소 규제 준수 부담과 엔진 다운사이징 유행을 꼽는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플래그십에 형식적일지라도 최상위 고배기 엔진을 넣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탄소 규제 등으로 최근엔 이런 경향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G90의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시스템처럼 낮은 배기량 엔진에 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결합해 출력 등을 보완하는 중이다.

토요타도 2018년 플래그십 세단인 3세대 센추리를 출시하면서, 기존 12기통 5L 엔진 대신 8기통 5L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토요타 센추리는 일본 자동차 중 처음으로 12기통 엔진을 사용한 상징적인 모델인데, 이를 포기하고 엔진 다운사이징과 고배기 엔진의 하이브리드 대체를 선택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