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향한 알고리즘 견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든 인공지능(AI)에 불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자발적으로 알고리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서비스 개편을 진행한 한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필터버블' 현상을 막자는 취지의 입법 움직임이 미국에서 본격화된다.

필터버블이란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선별된 정보에 둘러싸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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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불신의 신호탄 쏜 페이스북(메타)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보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2022년부터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을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 게시글은 순서대로 노출된다. 인스타그램이 이용자가 선호할 것 같은 영상을 자체 감별해 보여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일부 포기한 셈이다.

이는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의 AI 알고리즘과 선별 기능에 여론이 악화된 영향이다. 앞서 메타는 사용자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 추천 방식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내부고발을 당했다. 내부고발자는 페이스북 전 직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다. 그는 페이스북이 혐오를 일으키는 자극적인 광고 등을 우선 내보내왔다고 폭로했다.

WSJ 탐사보도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북은 연민과 공감을 일으키는 광고를 이용자에게 노출시키기보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열 광고'가 훨씬 저렴하다고 판단했다. 또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자극적 분노를 유발하는 뉴스피드 알고리즘 묵인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은 자신들의 플랫폼 운영과 콘텐츠 노출 방식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 견제 법안 속속 ‘필터버블' 최소화 움직임

빅테크 기업이 유발하는 ‘필터버블' 현상을 최소화시키려는 취지의 입법 움직임도 미국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켄 벅 미국 하원 의원은 지난달 필터 버블 투명성 법안을 발의했다. 빅테크 기업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취향에 적합한 콘텐츠만 집중 노출시키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법안은 빅테크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들이 직접 설정을 통해 자신의 검색기록이나 성별과 같은 고유한 데이터를 반영한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방향성이 결정되면서, 다수의 생각 방향성마저 결정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택시 기사와 배달 기사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불신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빅테크 기업이 알고리즘을 자의적으로 활용해서 자사에만 유리하게 배차 방식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나온다. 네이버 또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해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고리즘 적용 여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보다는 ‘알고리즘 투명성'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IT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내에는 플랫폼이 입점업체와 체결한 계약서 내에 콘텐츠 등 노출 순서와 기준 등을 명시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이 같은 노출 기준을 악용하는 업체가 생기면서 생태계가 혼란해진다고 반발한다. 또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알고리즘 투명화법(정보통신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누구든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에 알고리즘 검색과 배열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