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이란 과거 전망과 달리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잇따른 호재로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매수가 이어지며 양사의 주가도 상승세를 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만전자’와 ‘13만닉스’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 지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63%)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10시 28분쯤에는 장중 8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8월10일 이후 4개월쯤만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마이크론은 9∼11월 분기 매출이 2020년 동기 보다 33% 증가한 76억9000만달러(9조14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억3100만달러(약 3조14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3.8% 늘었다.순이익도 23억달러(2조7300억원)로 2.16달러의 주당 조정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는 2022년을 넘어 그 이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며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 매출과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D램 시장점유율은 43.9%로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2020년 4분기 41.0%에서 올해 1분기 41.2%, 2분기 43.2%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램 매출도 증가세다.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출하량이 늘어서다.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매출은 115억3000만달러(13조7000억원)로 2020년 3분기(8조5400억원)보다 60.8% 급증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D램 가격 반등으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한다. 2022년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 서버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조감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조감도 / SK하이닉스
23일 SK하이닉스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500원(0.39%) 오른 12만7500원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 전일보다 1.6% 높은 12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을 줄였지만, 3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와 관련 중국의 심사 승인 불발과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텔이 미국 기업이란 이유로 중국 정부가 견제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하지만 22일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며 올해를 넘기지 않고 악재를 해소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사업이던 D램에 낸드 사업을 더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 2위(20%쯤)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투자는 23일 장전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3만원에서 16만3000원으로 높였다. 하나금투는 인텔 낸드 사업부 실적이 2022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22년 매출액이 53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8월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D램 가격 하락, 판매량 감소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둔화한다고 관측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모건스탠리는 2022년 1분기 D램 가격 예상치를 전분기 대비 10% 하락에서 7% 하락으로 수정했다. 12월 초 보고서에서는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고 진단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