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용해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넥슨은 영상 분야에서 연이은 투자를 단행했으며,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을 활용한 메타버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인력 채용에 나섰다.

가상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가상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넥슨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제작사 AGBO 스튜디오에 최대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우선 4억달러를 투자해 AGBO 지분 38%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최대 주주인 AGBO 경영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단일 투자자가 됐다. 또한 넥슨은 AGBO가 요청해올 경우 2022년 상반기 중 최대 1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AGBO는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된 제작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등 네 개의 마블(Marvel) 영화를 감독한 루소 형제(앤써니 루소, 조 루소)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가 2017년 설립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은 영화 및 TV 분야에서 자체·신규 지적재산권(IP)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AGBO는 제작력 강화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넥슨의 다목적 영상 스튜디오 기업 투자 소식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됐다. 최근 넥슨은 와이엔컬쳐앤스페이스(YNC&S)에 15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YNC&S는 시각특수효과(VFX) 전용 스튜디오, 초대형 스튜디오 등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에 연이은 투자를 결정한 넥슨의 행보는 메타버스 분야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분야를 시작으로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넓혀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AGBO 투자가 메타버스와의 연계도 염두에 둔 투자인지 묻는 질문에 "딱히 거기에 대해서 부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게임과 메타버스가 사실 말만 다를 뿐이지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런 다양한 플랫폼들이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데드라인 역시 넥슨과 AGBO의 이번 파트너십 체결이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 분야에서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한 합의라고 분석했다. 조 루소 감독은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 어느 쪽이든 갈 수 있는 스윙 도어(swinging door)"라고 말했다. 넥슨은 AGBO 타이틀에 기반해 게임 및 가상 세계를 확장할 수 있고, AGBO는 넥슨의 게임 타이틀로 영화나 TV 시리즈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활용해 메타버스를 구현한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엔씨 채용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엔씨는 글로벌팬덤기반 프로젝트를 위한 직원들을 모집 중이다. 2021년 11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회사의 유니버스 서비스로 메타버스 산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힌 뒤 구체적 움직임이 나온 것이다.

‘팬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요한 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씨 역시 엔터 산업을 활용해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넓혀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채용 공고만 된 상황이다"며 "그 외 추가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