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 때아닌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한참 전에 단종된 구형 그래픽카드 모델이 하나둘 씩 재출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중고나 재고상품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업그레이드한 GPU를 품은 ‘신상품’도 등장했다.
구형 라인업의 그래픽카드가 ‘신상품’으로 재출시하는 이유는 중저가 PC에 쓸 그래픽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중저가 PC를 구성하기에 적당한 보급형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보급형’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PC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인은 암호화폐를 생산하는 ‘채굴’ 산업의 호황으로 채굴 효율이 좋은 PC용 그래픽카드가 대거 채굴 업계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채산성’이 가격의 기준이 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은 고급형에서 보급형에 이르기까지 2배~3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평소 100만원 이하로 구성할 수 있던 중저가 게이밍 PC의 가격이 150만원 안팎 수준으로 껑충 뛰자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를 위해 구형 그래픽카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구형 그래픽카드는 최신 제품만큼은 아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데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 구형 그래픽카드도 중고 제품까지 수요가 몰리자 이마저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구형 라인업에서 부활한 RTX 2060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물량이 들어오지 않아 정확한 가격은 미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빨라도 1월 중순 이후에나 들어올 전망이다.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해도 충분한 물량확보와 넉넉한 공급이 관건이다.
그래픽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RTX 2060 정도면 구형이지만 한때 PC방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던 모델이다. ‘리그 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같은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는 충분하다"라며 "그래픽카드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만큼, 적당한 가격에 물량만 충분하면 당장 그래픽카드가 없어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의 PC 구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