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이후 IPO(기업 공개)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숨에 건설업계 대장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선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
19일 투자은행(이하 IB)업계에 따르면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청약이 마감됐다. 단군이래 최대 IPO라는 평가를 받았던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일정이 마감됐지만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에 나서며 마켓컬리, SK쉴더스 등도 상반기 상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1월 25∼26일 기관 수요예측, 2월3∼4일 일반 청약을 거쳐 2월15일 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5만7900원~7만5700원이다.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4조6300억원~6조500억원 규모다.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의 시가총액(4조7549억・19일 종가 기준)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B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공모주 청약이 LG에너지솔루션급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는 등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흥행 전망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시를 통해 발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공모를 통해 534만1962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이후 정 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이 4.5% 규모로 낮아지지만, 잔여 지분이 정 회장의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현대엔지니어링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건설(38.6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매각을 통해 4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29%을 칼라일 특수목적법인(SPC)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 리미티드에 매각해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의 잔여 지분을 매각할 경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관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이란 지배구조 개편이 현대모비스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로 무산된 바 있어, 정 회장이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 그룹을 지배하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점을 대선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마다 대기업 정책 기조가 다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 기조 및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 성향을 파악한 이후 구체적인 시점과 전략을 짤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당장 추진하지 않더라도 정 회장의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해외 헤지펀드의 위협 방어 등을 위해서라도 언젠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시장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정부의 기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공정위가 반대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전 공정위 위원장이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안을 지지했기 때문에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해당 안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18년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에 또 실패할 경우 리스크는 이전보다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본다"며 "이에 3월 대선 이후 출범하는 정부의 대기업 정책 기조와 차기 공정위 위원장의 성향을 확인한 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