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물적분할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28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 회사인 포스코를 비상장계열사로 물적분할하는 것이 골자다.

세아베스틸도 20일 공시를 통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사업회사 세아베스틸로 물적분할하겠다는 것이다. 세아베스틸은 3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4월 1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철강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배경으로 철강기업 이미지 탈피를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지목되고 있다. 철강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역량과 가치가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포스코의 지주회사 체제는 그룹 차원의 균형 성장을 견인할 가장 효율적인 기업 지배 구조 모델이다"며 "각 사업회사는 본업의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지주사는 성장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더 크고 견실한 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 계획/포스코
포스코 지주사 전환 계획/포스코
물적분할 이후 지주사를 맡을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투자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또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사업을 발굴해 인수·합병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자 역할도 맡게 된다.

사업회사인 포스코는 철강 사업을 전담한다. 또 주친환경 생산 체제 기반 구축,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강화, 해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핵심 사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 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세아베스틸지주의 경우 각 자회사들이 특수강·스테인리스·알루미늄·티타늄 등 특수 금속 소재 내에서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도록 재원을 배분한다. 또 투자 전담 부서를 두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기술이나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나선다.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은 전기차 배터리 효율 및 안전 증진에 필요한 고강도 경량화 특수강 소재를 개발하며 세아창원특수강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스테인리스 봉강 및 무계목강관(Seamless Steel Pipe) 등 스테인리스 소재를 개발한다. 세아항공방산소재는 내구성과 내열성이 우수하고 경량화된 알루미늄 소재를 개발해 항공우주산업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찬성 권고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우려를 불시킨다면 자회사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 분할 형태다. 신설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만큼 모기업 주주에게는 신설회사 주식이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사업회사가 상장할 경우 지주회사의 가치는 떨어지게 돼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모두 사업회사의 상장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포스코 일부 주주들은 21일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본사 앞에서 지주사 전환 관련 반대표를 행사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전개했다. 세아베스틸 일부 주주들도 카페 등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주사 전환 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철강기업들의 경우 철강에 대한 이미지가 강력하게 남아 있다"며 "다양한 신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철강사업과 신사업이 수평적인 구조로 재배치돼 신사업 및 계열사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 이는 주주들에게도 긍정적인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알겠으나 이미 회사에서 사업회사의 상장은 없다고 밝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는 회사가 이 같은 약속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