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순식간에 1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기존 체계로 이 같은 확진자 폭증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신속항원검사를 대폭 확대하는 방역 체계를 전환한다.

2월 3일부터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은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된다. 진찰료은 5000원이며, 양성 판정을 받으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재택치료까지 연계한다.

 자가검사키트 / 픽사베이
자가검사키트 / 픽사베이
60세 이상 고령층만 PCR검사…일반 국민, 검사비 무료·진찰료는 5000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체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의료 대응 체계 전환을 준비해왔다.

다음달 3일부터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일반 국민은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지정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256개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213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PCR검사는 ▲역학적 연관성 ▲의사 소견 ▲60세 이상 고령층 ▲자가검사키트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종사자인 경우만 먼저 받게 된다.

지정된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 진찰료 5000원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에 검사비는 무료다.

지정된 병·의원에서는 전문가용 신속항원(RAT)검사를 실시하며, 결과가 양성이면 PCR 검사까지 수행한다. PCR 검사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고 재택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러한 검사·치료체계 개편은 호흡기전담클리닉부터 적용한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은 413개소(의원 115개, 병원 150개, 종합병원 166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아닌 동네 병·의원의 경우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환자도 진찰하기 때문에 필요한 준비를 거쳐 희망하는 곳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가 모두 안심하고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병·의원에 철저한 사전예약제, 이격거리 확보, KF94 이상 마스크 착용, 환기·소독 기준 등을 적용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진료의원 지정 설치·운영 지침을 대한의사협회(의협), 지자체에 공유해 병·의원에 전달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부는 보다 많은 병·의원이 재택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관리군 환자에 대해 1일 1회 유선 모니터링 방식을 허용한다.

또 주간에는 각 의원에서 건강 모니터링을 하고, 야간에는 의원 컨소시엄 형태인 '재택치료 지원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에는 자택 전화대기, 다른 재택의료기관 연계 등의 모형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치료체계 전환은 호흡기전담클리닉 중심으로 다음달 3일부터 전면 적용하고, 동네 병·의원은 이달 27일부터 신청을 받아 설 연휴 이후 시행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 서로 긴밀히 협의해 조기에 1000개소 동네 병·의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선 호흡기클리닉에 전면 적용하면서, 호흡기환자를 주로 보는 이비인후과 등 희망하는 동네 병·의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네의원 가라는데…의료진 "아직 준비 안됐다"

다만 정부의 발표와 달리 동네 의원들은 준비가 안 됐다는 분위기다. 의협이 공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 진료에 참여하는 병원은 코로나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 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별도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오전·오후 등으로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 진료 가능 시간대를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양에 위치한 한 가정의학과 간호사는 "진료 대기실이 좁아 칸막이를 나눠 설치하는 건 불가능 하고 최근 환절기로 인한 기관지염 환자가 늘면서 코로나 검사 환자와 구별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며 "일반진료나 코로나 검사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로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에 위치한 한 이비인후과는 "칸막이며 환자 대기실 좌석 배치며 모든 걸 다 손봐야 해서 일이 한도끝도 없다"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공헌하는 셈으로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평소보다 진료 업무가 5배 정도는 더 가중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의협 관계자 역시 "참여를 선언한 동네 의원들이 신속항원검사 키트 구입 경로와 방호복 착용 법 등 숙지해야 할 것이 산더미라 당황해 하고 있다"며 "당장 설 이후 코로나가 의심되는 국민들이 동네 의원으로 발길을 돌릴텐데 적절한 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당부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했다.

수가(의료 비용) 조정도 만만찮다. 지금까지 협의된 수가는 신속항원검사 비용과 진찰료, 감염관리료를 포함, 코로나19 진료 1건당 5만5000원 수준이다. 다만 의협은 감염관리료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소독 문제와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현재 협의된 감염관리료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품귀현상 속출 자가진단키트, 미리 사놔야 할까?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관심도 역시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근무 환경이나 개인적 사정 등으로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자가격리를 하면서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경우나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몰 11번가는 최근 열흘(1월16~25일)간 자가검사키트 거래액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했다고 집계됐다.

국내 식약처에서 공식 허가받은 자가진단키트 제품은 래피젠, SD 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등 3개 제조사 제품이다. 이들은 해당 진단키트가 실제 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특이도는 100%에 가깝고, 양성인 사람을 얼마나 정확히 양성으로 확인해 내는지를 말하는 민감도는 대체로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숫자만 놓고 보면 높아 보이지만, 민감도 90%라는 건 감염자 100명 중 10명은 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의미한다.

서울 주요 도심 약국에서는 일찌감치 자가진단키트가 품절되는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자가진단 키트 품절이 많다. 조금 전에 주문했는데 다시 들어가보니 품절이고, 비싼 것들만 남아 있다"면서 "남편이 보건소에서 주는데 왜 사냐 하는데, 마스크 때도 그렇고 못 믿어서 그런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양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최종 확진 여부는 PCR 검사로만 확인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되도록 다른 이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선별진료소까지 이동할 것을 권장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들이 하루 최대 생산 가능한 진단키트는 750만개라며 수요에 맞춰 공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진석 식약처 차장은 "식약처 코로나19 대응본부의 진단시약팀을 확대 및 개편해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한 진단시약 공급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업체와 방역 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해 충분한 물량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