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임금협상을 두고 사측과 대립 중인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결정을 일단 보류했다. 노조는 대신 이재용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할 시 강도 높은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사내 노동조합 4곳 공동교섭단이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조선DB
삼성전자 사내 노동조합 4곳 공동교섭단이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조선DB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작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진심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사측 교섭위원들은 한 사람도 결정권이 없었고, 15차례 진행된 임금교섭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노조가 요구한 44개 조항 중 단 한 건도 수용되지 않은 채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도 임금협상 노조 요구안의 핵심인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체제와 직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원한다"며 "최고경영진과 노조 대표자가 전격적으로 만나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노조가 대화 상대로 거론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위원장은 "만약 공동교섭단의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장담컨대 모든 삼성 그룹사 노조가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조합원 4500명으로 사내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를 비롯한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회사와 2021년도 임금협상을 해왔다.

노조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노사 임금협상이 연말에 뒤늦게 시작됨에 따라 추가 인건비 지출이 어렵다며 2021년 대신 2022년 임금협상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14일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친 후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얻을 수 있다.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결의하면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래 53년 만에 첫 파업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