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견 게임사 14곳 중 4곳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임금 제도를 말한다. 노동자가 시간외근로를 하더라도 사측 입장에서는 추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꺼지지 않는 등대’,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전 고강도 근무 체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등대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등대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16일 IT조선이 취재한 결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라인게임즈, 네오위즈 등 4개 사는 현재까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형·중견 게임사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 기조와는 정반대 행보다.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을 포함해 스마일게이트, NHN, 웹젠, 위메이드, 컴투스, 컴투스홀딩스 등 10개 사는 모두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4사 모두 현재로서는 폐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게임 출시’라는 마감 시한이 존재하는 게임 업계 특성에 더해 시스템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업 자체가 주어진 시간대로 일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휴게 시간, 자리 비우는 시간을 빡빡하게 체크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저희는 개인의 자유에 책임을 부여하는 근무 기조를 갖고 있다 보니, 포괄임금제가 더 적합한 제도라는 판단하에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포괄임금제는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고, 직원들 입장에서만 본다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는 최고의 노력에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야근 수당이 있었으면 이미 부자가 됐을 것이다"라거나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연봉이 높은 것이다"와 같은 식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앞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한 게임사들은 과도한 업무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유연한 근무 문화를 조성하고자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컴투스 그룹 관계자는 "유연하고 합리적 근무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 5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로 연장 근무에 대한 수당을 급여 외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직원들의 근무 보상 수준이 한층 개선됐다"고 말했다. 올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NHN의 정우진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포괄임금제 폐지를 필두로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게임사들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일단은 재정적인 부분이 크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포괄임금제를 통해 야근 등을 자유롭게 시킬 수 있는 형태의 임금·고용 구조를 가져가고 싶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포괄임금제를 유지 중인 회사들은 사원들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과도한 업무를 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선택적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근무할 수 있게 적절히 지원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선택적 근무제 운영을 통해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놀금’(노는 금요일)도 게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격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놀금이 있는 주는 평균 29.5시간, 놀금이 없을 때는 35.5시간 정도 일한다"고 부연했다. 네오위즈는 "주 52시간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그 안에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크런치 모드 같은) 그런 문제들로 크게 이슈화된 적은 없어서 아직은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라는 법적 규제뿐 아니라, 개발자들의 이직으로 인해 앞으로 게임사들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정현 교수는 "현재 개발자들의 이동이 심해진 상태다"며 "포괄임금제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총액 연봉이 얼마나 되는가 이런 것들을 개발자들이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