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를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오던 두산이 채권단 졸업 임박과 함께 공격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재, 중공업 기업을 뛰어넘는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미래 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이르면 이달 중 채권단 관리를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를 22개월 만에 종료하게 되는 것이며 최단기간 졸업으로 기록되게 된다. 단기간에 성실히 자구계획을 이행한 두산이 채권단 졸업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은 2020년 4월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신 3조2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출한 바 있다. 두산은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알짜로 불리던 두산타워, 클럽모우골프장,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매각을 서둘렀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했고 두산건설 경영권을 매각하는 등 추가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두산퓨얼셀 대산연료단지 / 두산여기에 1조1477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도 마무리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편도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두산퓨얼셀 대산연료단지 / 두산여기에 1조1477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도 마무리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편도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2021년 실적 역시 두산의 채권단 조기졸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계열사 실적 향상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 7282억원 ▲영업이익 95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5.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부채비율도 그룹의 실적 개선 등을 통해 전년 대비 82.8% 낮아진 206.1%를 기록했다.

22개월 간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계열사 중 상장사가 5개뿐이지만 핵심 계열사를 필두로 신사업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등 중후장대 기업으로 탈바꿈했던 것처럼 친환경, 첨단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재도약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두산은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산업차량,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과 CES2022에 참가해 수소, 로봇, 연료전지 등 신사업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두산의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수소 ▲신재생 ▲차세대 원자력 부문 등을 신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퓨얼셀은 친환경 연료전지 사업을, 두산밥캣은 전동화 건설장비,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사업 등으로 그룹의 도약을 뒷받침 한다는 계획이다.

CES 2022에 전시된 수소 터빈 / 두산
CES 2022에 전시된 수소 터빈 / 두산
특히 최근에는 두산의 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테스나 인수설이 흘러나왔다. 공시를 통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두산이 반도체 사업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의 사업부문 중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이하 CCL)을 생산하는 전자BG가 있다. 테스나가 두산의 품에 안길 경우 CCL 생산과 더불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테스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의 핵심협력사로 알져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스나가 두산에 인수될 경우 그룹에 재무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산의 도약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이 공을 들이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실제 사업으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례로 두산중공업의 수소터빈은 개발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에서도 불안 요소가 자리잠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은 3조785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차입금의 80%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하라는 것을 고려할때 실적이 좋지 않으면 또 다시 재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면서 "두산중공업 신사업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겠으나 두산, 두산밥캣의 경우 신사업과 관련한 성과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