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완성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으로 작용한다. 대다수 전기차는 동급 기준 내연차보다 1.5배 높은 가격표가 붙는다. 부품 자체는 내연차보다 적지만, 전기차 제조비용의 30~40%쯤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 보조금 등을 지급받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등 원자재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원료 가격 부담이 늘어나 당분간 전기차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원료인 ‘니켈(N)’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월말 전후 톤(t) 당 2만2000달러(2700만원)쯤이었던 가격이 현재 4만8000달러(6000만원)로 2배이상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산 어려움을 토로하며 13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원자재와 물류 면에서 상당한 인플레이션(물가지속상승 현상) 압박을 겪는다"며 "러시아발 자원 공급 공포 덕분에 원자재 가격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재 문제에서 배터리 가격 상승 우려는 추후 합리적인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니켈 기반 배터리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가가 크게 오르내리면, 기업 입장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일관된 마진을 설정하기 어렵다. 자연스레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가격 간 타협점을 찾기도 힘들게 된다.
전기차·배터리 생산 기업은 원자재 가격 고공상승에 대응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완성차 그룹 내 배터리 자회사 신설 등을 카드로 꺼내고 있다. 수급 불안과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료를 쓰고, 배터리 기업과 거래에서 붙는 추가비용을 줄여 마진과 원가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삼원계 배터리에 생산·개발에만 치중하면 시장 포화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 때, 다양한 배터리의 라인업을 원하는 완성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꿈의 배터리’로 각광받는 전고체 배터리도 현재 시점에서는 양산과 적용을 낙관하기엔 차별화된 성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선매 방식으로 원자재를 구매하는 만큼, 당장 니켈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원가 상승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삼원계 배터리는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원자재 여파에 경쟁력이 좌우됐기에, 국내 배터리 기업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올 아랫급 전기차도 포용할 전지 포트폴리오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 없이도 소비자 구매욕을 당길만한 가격의 엔트리급 전기차를 고심중인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다방면에서 안정적인 LFP배터리에 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