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전시회 xEV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는 18일 ‘배터리·전기차(EV)’ 투자 세미나가 열렸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 대한 다양한 예측과 발표가 오간 가운데, 중요 주제는 미국 전기차 시장 미래와 원자재·배터리 공급망 관련 전망과 내재화 이슈였다.

유럽과 중국에 이어 제 3순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자동차 시장 규모에 비해 전기차 비중이 4%에 불과하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산을 위해 보조금 지급과 배터리 등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현재 글로벌에서 전기차 산업의 성장 잠재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의 전기픽업트럭 허머EV / 이민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의 전기픽업트럭 허머EV / 이민우 기자
다만 미국 시장은 완성차·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바이 아메리칸’ 등 미국 내 생산상품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변수가 존재한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완성차·배터리일수록 더 많은 관세 혜택을 받아 가격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 놓은 ‘더 나은 재건 법안(BBB Act)’은 미국 내 생산된 전기차에 7500달러(910만원)의 보조금을 기본으로 지급한다. 또 노조를 보유한 공장 생산 전기차에는 4500달러(546만원)를 추가 지원하며, 미국 내 생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 500달러(60만원)를 다시 추가 제공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법안에 삼성SDI를 비롯해 국내 배터리 3사와 완성차 기업 등은 미국 내 생산거점 마련·확대를 진행하거나 고려 중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전기 픽업트럭이나 전기 트럭은 최대 관세가 25%까지 부과될 수 있다"며 "만약 국내 기업이 1억원짜리 트럭을 제조할 때 배터리를 미국이나 캐나다 등 역내 생산지가 아닌 유럽·중국 등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조달한다면 25%의 관세가 붙어 1억2500만원의 가격이 매겨지기에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 시장의 경우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해 현지 친화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공급 수급망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유럽 시장은 중국·미국과 달리 현지 생산 배터리·전기차라도 추가적인 보조금을 주는 경우가 없어 초과 공급 시장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세호 S&P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리서치 그룹장 / 이민우 기자
김세호 S&P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리서치 그룹장 / 이민우 기자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사업 내재화는 최근 꾸준히 제기된 원자재 위기감과 연결돼 이야기됐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2테라와트시(TWh, 1000GWh)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한정된 원자재·배터리 생산량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수요 상승·원자재 부족에 대응해 직접 관련 사업을 타진하려 하고 있다.

다만, 제조업·기계 기반의 완성차 기업이 화학·전기 기반의 배터리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내재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늘지만, 아웃소싱(외부조달) 또는 합작법인(JV)을 통한 사업이 여전히 더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세호 S&P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리서치 그룹장은 "완성차에서 배터리까지 전담해 직접 사업하면 매출액을 비롯해 상당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완성차와 배터리의 전문성은 다르고,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기술 성숙도가 높아 현재 개발·생산까지 내재화하기보다는 파트너십 체결이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고체 전지같은 다음 세대의 혁신 기술은 좀 다를 수 있는데, 배터리 기업은 물론 완성차 기업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다음 세대의 혁신 기술을 연구개발해야 경쟁업체와 견줄 수 있는 만큼, 직접 생산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겠지만 이때는 좀더 적극적인 내재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