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시장의 ‘대형화' 열풍이 전기차·전동화 시장에도 이어진다. 소형·준중형 위주로 전기차를 선보였던 완성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고급화·차급 올리기에 나섰다. 모델X를 선보였던 기존의 테슬라에 더해 2021년 EQS 전기차를 선보인 벤츠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폭스바겐 등도 대형 전기차를 선보일 채비중이다.

특히 대형차 선호 문화가 강한 미국 완성차 시장이 본격적인 전기차 체제 준비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이를 겨냥한 모델 개발과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도 이에 질세라 대형급 전기차 신모델 공개와 출시를 앞두며 맞불을 놓는다.

2022년 중반 출시를 앞둔 캐딜락 브랜드 전기차 ‘리릭’ / 캐딜락
2022년 중반 출시를 앞둔 캐딜락 브랜드 전기차 ‘리릭’ / 캐딜락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2022년에는 준대형~대형급 신형 전기차들이 줄이어 출시될 예정이다. 아이오닉5, EV6 등 준중형급 전기차가 다수였던 2021년과 달리 2022년에는 대형 세단, 밴(Van)부터 대형 픽업트럭 등 전반적으로 공개·출시되는 전기차의 차급이 더 커졌다.

업계는 2022년 대형급 전기차들이 많이 출시되는 원인을 두 가지쯤으로 꼽는다. 첫 번째는 완성차 기업들이 2021년 볼륨 모델(판매량을 책임지는 제품)인 소형~준중형급 전기차를 생산했기에 올해는 차급·성능을 올린 대형급 전기차 공개·출시로 고급화 라인업 구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존재다. 미국은 비슷한 규모의 시장인 유럽·중국 등과 비교해 완성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이 크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조사를 보면 2021년에도 미국 완성차 시장 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4%쯤에 불과한데, 큰 크기의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 경향과 합쳐 대형 전기차 구매 수요가 상당히 늘 것으로 주목받는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이란 조건이 붙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전기차 산업에 상당한 투자를 약속해 국내외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 더 이상 글로벌 전기차 산업 헤게모니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경쟁심리도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의 대형급 전기SUV 더 기아 콘셉트 EV9 / 기아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의 대형급 전기SUV 더 기아 콘셉트 EV9 / 기아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자국 내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대형차급 전기차를 빠르게 출시하며 시장 경쟁 선점에 나서는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허머EV’, ’실버라도EV’를 포드가 ‘F-150 라이트닝’의 연내 또는 내후년 공개·인도를 앞두는 등 대형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전기차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도 2022년내 준대형 전기차 ‘리릭’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딜락 브랜드 라인업의 전동화 출발을 끊는 차량인 만큼 기대감도 상당하다. 출시를 기념하는 데뷔 에디션이 판매 시작 10분만에 완판되는 등 치열한 선전 경쟁이 벌어졌다. 데뷔 에디션 외 일반 모델 출시는 2022년 중반으로 에정돼 있다.

유럽과 중국 시장의 비중이 컸던 폭스바겐도 전기차 ‘ID.버즈’의 미국 시장 출시를 예고했다. ID.버즈는 카니발과 같은 미니밴 형태의 다목적차량(MPV) 전기차다. 개인 패밀리카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승객 운송 등 상업용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ID.버즈의 미국 공개는 2023년중으로 예정됐다.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중인 현대자동차 그룹도 대형 전기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기아는 2022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1년 외관 공개를 했던 대형 전기차 ‘EV9’에 대한 상세 제원을 공개하며 2023년 출시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모습을 보였다.

기아 EV9은 E-GMP기반 대형 SUV 전기차로 현재 미국 시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유한 기아의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 후속을 맡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