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사장)가 25일 노동조합이 요구한 안건에 대해 답변한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급여체계 개선’, ‘휴식권 보장’ 등에 대한 답변 서한을 25일 중 삼성전자 노조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양측이 회사 대 노조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 중인만큼 서한 명의는 경 사장이 아닌 삼성전자 주식회사로 표기한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삼성전자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삼성전자
노조는 18일 오후 1시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경 사장을 만나 ‘공정하고 투명한 급여체계 도입’과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급여 체계 개선과 관련해 성과급 기준을 현재의 불투명한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기본급을 정률 인상 대신 정액 인상으로 전환해달라는 제안과 동시에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다. 휴식권은 유급휴가 5일과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의 유급화를 요구했다.

다만 경 사장의 답변이 노사간 임금교섭을 극적으로 진전시킬 만한 정도의 내용이 담기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 만남이 양측 의견을 교환하는 상견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답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 사장이 18일 노조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목적으로 자리에 나온 것과 달리 노조는 임금교섭을 목적으로 간담회에 임해 서로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며 "경 사장이 소통을 중요시 하는 만큼 노조 요구안에 대한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경 사장이 이날 답변에 이어 추가로 만남을 가지는 등 소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 사장은 18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4개 노조 대표와 만났다. 그는 앞으로 솔직한 대화를 이어가며 의견을 맞춰가자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토하면서 쉽게 풀 수 있는 사안과 시간이 걸릴 사안을 구분해 다시 대화를 하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는 경 사장이 2021년도 임금교섭 내용과 관련없는 주제로 30분만 대화를 했을뿐 의미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경 사장에게 25일까지 시한을 두며 노조 제시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내 설립된 4개 노조의 총 조합원 수는 4500명쯤으로 전체 직원의 4% 규모다. 가장 규모가 큰 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다.

가입률이 4%에 불과한 노조가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삼성전자는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16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4개 노조 공동교섭단과 논의 중이다"라며 "발전된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했다. 이 때부터 노사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사는 2021년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임금협상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