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시장에 던진 여운이 만만치 않다. 위믹스 대량 매도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위믹스 매각 자금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이 큰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위메이드와 장 대표의 경영방식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장현국(사진) 위메이드 대표가 자사 발행 토큰인 위믹스(WEMIX) 판매 금액을 매출에서 덜어내면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위메이드 측은 이같은 의혹에 반박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6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6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미디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위메이드의 실적 논란은 지난 16일 위메이드가 매출을 정정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매각으로 벌어들인 자금 2255억원을 매출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매출은 5607억원에서 337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3258억원에서 1009억원으로 70%나 감소했다.

총 매출에서 블록체인 게임 ‘미르4’로 벌어들인 수익이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나머지 절반은 종속회사에서 발생한 매출로 계산된다. 미르4의 글로벌 흥행을 예고했지만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사실상 ‘어닝 쇼크’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KTB투자증권은 "가상자산 유동화 매출을 제외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게임회사로서의 매력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위메이드는 회계법인의 자문과 검토를 받아 위믹스 매각 대금을 매출로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감사인으로부터 선수수익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 정정공시를 하게 됐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로 매각해 조성한 자금은 일종의 ‘마일리지’로 분류된다. 고객이 해당 마일리지로 재화를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때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 위믹스 구매자가 미르4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면 그때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위믹스로 결제된 아이템 판매 규모는 총 41억원이다. 위메이드는 이를 ‘위믹스 플랫폼’ 항목에 인식시키고 매출에 추가했다. 나머지 2255억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매출로 부채 계정인 선수수익으로 잡았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영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가상자산은 차익을 내면 수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은 게임 아이템으로 교환될 때 매출이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가상자산을 사서 보유만 하고 이용하지 않으면 재화를 얻거나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메이드가 주가와 코인가격을 끌어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회계 처리를 했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처음부터 위믹스 매각 자금을 매출로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회계법인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업과 상의해 회계처리를 했을 텐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결국 주주와 가상자산 보유자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위메이드와 위믹스 관련 커뮤니티나 콘텐츠 게시판에는 위메이드와 위믹스 투자자가 나뉘어 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옹호 또는 비난하고 있다. 토큰 매각으로 위믹스 가격은 폭락했지만, 위메이드의 가치제고를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주력사업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전년도 대비 배당금 총액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며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 준 주주와 해당 법인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조달해 준 가상자산 보유자간에 이해상충의 문제가 크게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위믹스 백서에는 위믹스 10억개 중 75%를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사용된다는 내용이 담겼을 뿐, 매각 시기와 물량에 대한 내용은 없다. 장현국 대표는 2020년 11월 상장과 동시에 사전 공시 없이 위믹스를 지속적으로 내다 팔았다. 업계에서는 장 대표가 백서상의 허점을 이용, 고의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챙기고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이 나온다.

회사 측은 규정의 미비점, 그리고 회계처리 기준의 모호성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 관련 회계 및 법령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관련 회계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 당사는 더욱 긴밀하게 회계법인과 회계기준원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고, 시장과 지속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