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5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연일 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이 수주 동안 원인 모를 후유증에 시달리는 증상을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여러 연구기관들이 롱 코비드의 발생 이유를 찾기 위한 분석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 픽사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 픽사베이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 후유증 유형으로 ▲심장 두근거림 ▲신체·정신 활동 후 무력감 ▲복통 ▲두통 ▲관절 및 근육통 ▲설사 ▲현기증 ▲불면증 ▲미각·후각 변화 등 18가지 증상을 제시했다. 롱 코비드를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이상 증상이 조합해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심근염, 생리불순, 이명 등 다양한 후유증이 보고되고 있지만,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고있다. 이러한 롱 코비드는 코로나 중증도와 관계 없이 증상이 가벼웠던 사람부터 중증 환자까지 예측불가능하게 나타나고 있다.

처음 코로나에 감염된 뒤부터 롱 코비드 증상이 발생해 회복 후 수주간 이어질 수도 있지만, 감염 직후엔 없던 증상이 회복 후 새롭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감염 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증상이 없다가도 뒤늦게 후유증이 나타나는 식이다. 증상 기간은 짧게 감염 이후 4주 이상, 길게는 12주 이상 지속된다.

아직까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통계적 수치는 연구기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작년 12월 국제학술지 ‘뇌, 행동 및 면역’ 등재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자 중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가 코로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10%만 하더라도 최근 국내 누적 감염자 수 1200만명을 감안하면 무려 120만명이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통받았거나 받고있는 셈이다. 코로나 증상이 심각했거나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후유증이 오래 가고 증상이 심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에 걸릴 경우,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생성됐거나,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반응해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 항체가 생겼을 때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도 등장했다.

박지환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코로나 후유증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가항체의 면역 반응’을 이유로 꼽았다. 연구팀은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단백질과 수 만개의 인간 단백질을 머신 러닝 기술을 통해 비교분석했다.

이 결과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 단백질들이 확인됐으며, 해당 단백질들이 코로나19 환자의 폐 조직에서 크게 증가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뒤 생기는 자가항체가 코로나19 환자의 폐 등 신체 조직의 단백질에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특정 조직 또는 신체 기관을 손상시키는 자가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자 25%에서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사고나 집중이 어려워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셸 몬제 스탠포드 대학 신경과학 박사는 코로나 후유증인 브레인 포그 현상이 암 환자와 같이 독한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이 겪는 ‘인지장애(Chemo brain)’와 유사하다는 점을 알게됐다.

몬제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쥐,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9명의 부검 조직, 코로나19에 의해 인지 장애 증상이 생긴 48명의 환자 등 세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 그룹 모두에서 ‘뇌 염증’ 신호를 발견했다. 특히 뇌 속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백질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반응성의 변화가 세 그룹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서 발견된 해로운 물질을 처리해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일으켜 우울증이 심해지고, 미세아교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지기만 해도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아교세포가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몬제 박사의 연구 결과 가벼운 호흡기성 증상만 겪은 코로나19 환자도 뇌에 심각한 다세포 조절 장애를 일으켜 미세아교세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지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초(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에 대한 미세아교세포의 반응성이 브레인 포그를 겪은 코로나19 환자 뇌와 인지 장애를 겪는 암 환자 뇌에서 동일하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정부의 의뢰로 실시한 국내 코로나19 완치 후유증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 후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87.2%로 나타났다. 후유증 중에서는 피로감 57.4%, 운동 시 호흡곤란 40.4%, 탈모 38.3%, 가래 21.3% 순이었다.

다만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체계에서 후유증을 빠르게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시 0.2~2% 정도의 대뇌피질이 축소하면서 후각, 인지기능 등에 손상이 생긴다"며 "때문에 경증 환자들도 기억력이 떨어지고 냄새를 못 맡는 증상들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 교수는 "현재 진료 체계로는 빨리 치료할 수도 없고 환자들이 각자도생으로 버티고 있다"며 "어지럼증, 이명, 생리불순, 심근염 등 후유증 관련한 국내 데이터를 정부가 발표한 적이 없고, 현장에서 느끼기엔 치료제도 너무 부족한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