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SK하이닉스가 인수하는 건을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의 주식 100%를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는 8인치(200㎜) 웨이퍼 팹(공장) 운영기업이다.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에 9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의 성숙제품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CMOS 이미지 센서, 전력반도체(Power 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이, 키파운드리는 DDI, 혼합신호(Mixed Signal), 비휘발성 메모리(eNVM) 등이 각각 주력 서비스 분야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중첩되는 사업 영역인 '전 세계 성숙제품 파운드리 시장'을 관련 시장으로 획정하고 수평결합 측면을 중점 검토한 결과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이 5%대에 불과해 경쟁 제한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합계 점유율은 1%대 수준에 그쳤다.

공정위는 성숙제품 파운드리 시장의 경우 대만의 TSMC 및 UMC,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lobal Foundry) 등 대체 경쟁사업자가 충분히 존재해 두 회사가 단독의 경쟁제한 행위를 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수직 결합 측면에서도 경쟁 제한성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합 전에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 등 첨단·주류제품의 생산은 TSMC 등 제3의 업체에 위탁하고, CMOS 이미지 센서 등 성숙 제품의 생산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대부분을 위탁해 왔다.

하지만 키파운드리는 12인치(300㎜) 웨이퍼 팹과 첨단 제품 공정기술 등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결합으로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에 첨단제품 등의 생산을 위탁해 경쟁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변화 속도가 빠른 반도체·전기차 등 혁신기반 산업의 기업결합은 최대한 신속히 심사해 혁신 생태계 구축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