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신구 권력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 같은 갈등이 재매각 등 굵직한 현안을 앞에 둔 대우조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1일 정치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문재인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조선은 3월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22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박두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박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 이후 대우조선에 입사한 박 사장은 프로젝트담당(상무), 선박생산운영담당(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전무), 조선소장(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생산 및 기술 전문가다.

박 사장이 대우조선을 이끌게 되면서 안정적인 생산 및 기술력 증진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이 같은 기대는 취임 이틀 만에 우려로 바뀌었다. 박 사장의 동생이 문재인 대통령과 동기라는 것이 알려지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알박기 인사'라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3월31일 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절반 넘는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공기업이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제22기 정기 주주총회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제22기 정기 주주총회 / 대우조선해양
박 사장이 현 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을 한 점, 재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생산・기술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이 문제시 됐다.

청와대는 인수위의 알박기 인사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대우조선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대우조선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회생시킬 내부 출신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다. 현 정부든, 차기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취임 직후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박 사장의 행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은 1일 개최된 ‘제3차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에 불참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 삼성공업 등 조선업계 CEO 40여명이 참석한 이 포럼은 조선업계 인력 수급 문제 관련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박 사장은 이날 기조 토론자로 참석해 조선산업의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대우조선 측은 박 사장이 다른 일정과 겹쳐 포럼에 불참했다고 밝혔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신구권력 갈등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박 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경우 대우조선 재매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박 사장 인사에 대해 문제를 삼은 만큼 해당 논란이 어느정도 해소가 돼야 재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인수위는 감사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인수위가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갈등이 정리가 돼야 재매각 시나리오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수위는 인사혁신처와 금융위원회 등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산업은행에 대우조선 대표이사 유보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교체 후 대우조선 재매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임기가 2023년 9월까지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알박기 인사 비판과 적합한 인사라는 옹호 목소리 모두 존재한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서 취임한지 얼마 안된 박 사장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대우조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결속을 다져나가야 할 시기에 오히려 더 뒤숭숭한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다"며 "정치 논리에 재매각 작업까지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