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을 향한 세계 각 규제 당국의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다. 구글,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장악한 플랫폼 비즈니스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영업 방식에 제동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주요 플랫폼 기업 독점 규제론이 대두한 상황에서 갑질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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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FAM 영업 방식 제동거는 유럽 디지털시장법(DMA법) 추진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 의원들은 디지털시장법(DMA)의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하반기 적용된다. 실무진 검토가 끝나면 법은 의회·각료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로부터 약 6개월 뒤부터 법이 실제로 적용된다. 디지털시장법은 GAFAM(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를 겨냥한 법으로, 인터넷·모바일 시장의 주요한 게이트키퍼 기업이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의무를 지도록 했다.

안드레아스 슈워브 유럽의회 수석 협상가는 "기술기업 규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며 "디지털시장법은 갈수록 높아지는 빅테크 기업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법이 실행되면 빅테크 기업의 유럽 내 비즈니스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플의 경우 현재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걸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에 따라 금지될 수 있다. 유럽의회는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이 소비자 선택을 옥죄고 독과점을 강화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도입한 인앱결제 강지 금지정책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경우는 검색 결과 제공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노출조건을 적용해야 하는 자사우대금지 의무 때문이다. DMA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3자의 것보다 유리하게 대우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또 검색 결과 제공 과정에서 자체 제품을 다른 소규모 경쟁업체보다 상위에 게재하는 조치도 제한된다. 여기에 아마존은 외부 판매자로부터 취합한 정보를 자기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메타도 변화가 예고된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은 다른 소규모 메신저와 상호 운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방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소규모 메신저 이용자가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의회는 "소규모 메신저에서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메신저를향해) 메시지를 교환하고 파일을 보내거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운용성’을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미국도 빅테크 겨냥 규제 추진

영국 정부는 이들 빅테크 기업 임원을 겨냥한 ‘온라인 안전법’을 추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핵심 임원이 대상이다. 위법 사항이 발견된 빅테크 기업의 임원이 당국 소환에 응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경영자나 임원을 최대 징역형까지 부과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을 겨냥해 유해 콘텐츠 공유와 관련한 책임 소재를 강화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 임원을 기소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벌금도 강력하다.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기업은 연간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미국에서도 빅테크 규제 추진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지난 1월 빅테크 기업의 자기사업우대행위를 금지하는 법안(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이 하원에 이어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시 법사위는 16대 6으로 법안을 찬성했다. 전체 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이다. 앞으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기업이 사실상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보다 자사 서비스를 플랫폼에 우선 노출하는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인수합병을 통한 독점력 강화를 억제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지난 달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몬데어 존스 하원의원은 각각 반경쟁 합병 금지법(Prohibiting Anticompetitive Mergers Act·PAMA)’을 미국 상하원에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50억달러(약 6조1700억원)가 넘는 거래 및 높은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는 합병이 모두 금지된다.

독점력보다는 갑질 문제 초점 논의 … 이마저도 무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주요 플랫폼 기업 규제론이 대두한 상태다. 다만 빠른 시장 장악력으로 인한 독점력과 경쟁저해 문제보다는,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견제할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다. 다만 이마저도 해외에 비해 법 추진력은 상대적으로 약한편이다.

현재까지 추진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이나 전자상거래법전부개정안 법안은 빅테크의 인접 시장 진출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주문에 따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폐기된다. 이용자 보호 문제를 다루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또한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토종 플랫폼의 영향력 커 오히려 강력한 빅테크 규제 추진이 어렵다"며 "강력한 빅테크 기업 규제가 해외 빅테크가 아닌, 국내 기업만 옥죌 수 있다는 논리와 우려를 뚫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