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6만전자'와 '11만닉스'로 낙하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다. 반도체 사업 전망에 물음표를 제기한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며 양사 분위기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4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감소를 전망하며 목표가를 종전 9만3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55조7000억원)보다 8% 하향 조정한 51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58조원)보다 낮다. 2023년 매출 전망치는 328조1000억원으로 기존(312조4000억원)보다 5% 높였다.

이 연구원은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여 매출은 오히려 일정 수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면 인건비, 물류비, 제조 비용 등 각종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들의 손익 전망을 조절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한 주가 흐름을 지적하며 "삼성의 기술력과 미래에 대해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며 "이쯤 되면 단순히 체계적 위험에 따른 영향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부진한 주가로 미래에 대한 의심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실적 개선은 4나노 수율 부진으로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고,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은 갤럭시와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불안한 변수다"라며 "미국의 반도체 대전략이 아시아 의존도 축소로 방향을 튼 것이라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은 올해도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코로나 이후의 소비 패턴 변화를 고려할 때 2023년까지 D램 성장세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1일 종가는 6만9100원으로 2021년 말(8만500원) 대비 15% 가까이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조감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조감도 / SK하이닉스
하나금융투자는 D램 가격 반등이 상반기 중 어렵다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12조1375억원, 3조479억원으로 추정한다. 매출 추정치는 기존 추정치(11조9933억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낸드 재고 자산 평가손 발생 가능성이 고려되는 만큼 영업이익 추정치는 기존 추정치(3조5268억원) 대비 14% 낮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재고 자산 평가손에도 SK하이닉스의 전사 영업이익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3조원대 영업이익은) 환율 효과와 3월 반도체 수출 호조 때문이다"라며 "3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131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D램,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멀티칩패키지(MCP)는 각각 37.9%, 55.6%, 19.9% 증가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연초 이후 반도체 장비의 수입 감소가 반도체 수요와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입이 부진했는데, 2015년 반도체 불황기에 반도체 장비 수입이 부진했고 2018년 10월 무역분쟁 발발 국면과 2020년 1월 코로나 발발 시기에도 둔화된 적이 있다는 점을 돌이켜 봐야한다"며 " 반도체 장비의 수입 감소의 지속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분기별 D램 가격 흐름은 1분기 8% 감소, 2분기 2% 감소, 3분기 0%, 4분기 7% 증가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1일 종가는 11만6000원으로 2월 17일(13만3000원)보다 13% 가까이 하락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