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산업현장 곳곳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중대재해법 손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연이은 사망사고 발생으로 인해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부터 3월26일까지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망사고는 30건이며 사망자는 총 36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 46건, 사망자 47명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늘어나고 있어 중대재해법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월27일부터 2월26일까지 한달간 사망사고는 9건, 사망자는 15명이었지만 2월27일부터 3월26일까지 사망사고는 21건,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사고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4월 시작부터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판넬조립2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당시 절단 작업을 하던 협력사 직원 A씨가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현대중공업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산재 사망사고로 인해 재계의 중대재해법 수정 요구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경제6단체장들은 윤 당선인과 회동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수정을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산업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이 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으로 기업인의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중대재해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 활동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역시 "안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 정부의 중대재해법 손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 개정을 공약에 넣지는 않았지만 대선 후보 시절 중대재해법의 비합리적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수위도 최근 고용부 업무보고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우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법처럼 보이는 부분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고 그 요구를 바탕으로 중대재해법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정 혹은 보완 요구를 한다면 지지를 받을 수 있겠으나 지금은 조금 어렵지 않겠나. 차기 정부도 부담스러울 것이다"고 전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윤 당선인이 중대재해법 완화를 명확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나 일반적 규제완화 기조와 맞물려 해당 법 수정 의사를 언급하기는 했다"며 "아직까지 해당 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예방효과가 발현이 되지 않아 더 잘만들었어야 하는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면서 "허술한 법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완화를 이야기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 수정 혹은 완화를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정부가 스스로 조심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