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새로 내놓은 TV 중 일부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소비자와 비교해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3월 미국과 유럽에서 QD-OLED TV(S95B) 65인치와 55인치 제품을 4월 배송을 목표로 사전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소개에서 OLED TV 도입으로 2022년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시청자가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기술을 맞춤화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QD-OLED TV ‘S95B’ / 삼성전자
삼성 QD-OLED TV ‘S95B’ / 삼성전자
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삼성전자의 첫 QD-OLED TV를 국내 유통망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OLED TV는 미국, 유럽 시장 중심으로 판매되며, 현재로선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QD-OLED TV 국내 미출시는 시장 규모가 큰 미국·유럽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반응을 살피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TV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되는데, 생산량은 수율을 감안할 때 50만~60만대로 한정적이다. 국내 시장까지 출시할 여력이 없다.

LG전자도 2022년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G2) 83·77·65·55인치를 북미, 유럽 등 주요 해외시장에 출시했지만, 이 중 55인치(OLED55G2) 모델은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다. 2021년형인 G1 55인치(OLED55G1KNA) 모델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022년 TV 신제품으로 공개된 정보에는 글로벌 전체 라인업을 소개했지만, OLED 55인치 G 시리즈 모델은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며 "시장 환경을 고려해 출시 제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시장에 출시된 LG전자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 G2 55인치(OLED55G2PUA) 제품 / LG전자
북미시장에 출시된 LG전자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 G2 55인치(OLED55G2PUA) 제품 / LG전자
LG전자가 G2 55인치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5인치 이상 대형 규격 수요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 G2 55인치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55인치 규격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유럽 시장 수요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레드 TV 4K 라인업 중 최상위에 있는 G 시리즈를 선택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대체로 60인치대 이상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한 셈이다.

하지만 구매 선호도와 별개로 LG전자가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아쉬운 결단을 내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고가와 무상 보증 혜택에서도 한국이 미국 시장 대비 역차별을 받고 있는데, 특정 규격을 발매조차 하지 않는 것은 너무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TV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한 사용자는 "대기업이 여러 분석을 하고 내린 결론이 아닐까 이해하면서도, 국내 고객에겐 선택권 조차 주지 않은 것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한 완성차 기업에서 국내는 6단 미션으로 충분하다며, 8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를 쓸 수 있는 선택권도 주지 않았던 사례와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21년부터 올레드 TV 잔상 문제 발생 시 ▲2년 무상 ▲3년 패널값의 5% 고객부담 ▲4년 패널값의 10% 고객부담 ▲5년 패널값의 15% 고객부담 ▲6년 패널값의 70% 고객부담 ▲7년 패널값의 80% 고객부담 등으로 국내 보증 정책을 개선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선 프리미엄급 모델인 G/Z시리즈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5년간 무상 보증을 시행 중이다. 국내 시장에선 보급형이나 중급 모델 구매자의 혜택이 낫고, 미국과 영국에선 프리미엄급 모델 구매자의 혜택이 월등히 좋은 셈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