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많이 팔고 적게 남기는 장사를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비스포크 가전과 네오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매출을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 역시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가전과 TV 사업 흑자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13일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양사는 최근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예년과 비교해 가전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더이상 기분 탓이 아닌 현실인 셈이다.
LG전자는 1월 24㎏ 용량의 ‘트롬 드럼세탁기’ 신제품을 190만3300원에 출시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같은 용량의 트롬 드럼세탁기(159만8000원) 대비 30만원쯤 비싸다. 용량은 같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인테리어를 강조한 신제품이라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는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가전 판매가격을 높이는 전략으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해왔다. 양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2021년 TV 평균 판매가가 전년 대비 32% 올랐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지난해 냉장고·세탁기 평균 판매가는 7.2%, 에어컨은 9.8%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TV 평균 판매가는 1년 새 26.4% 올랐다.
양사의 원자재 구입비와 물류비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판매가 인상분이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E 부문 원자재 구입비로 31조5931억원을 썼다. 이는 전년(22조9610억원) 대비 37.6% 늘어난 수치다. LG전자도 H&A(생활가전) 제품에 쓰이는 철판물 원재료 매입비가 2020년 1조1388억원에서 2021년 1조6816억원으로 47.7% 증가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전제품에 쓰이는 반도체 공급 부족도 심화할 분위기다. 가전 제조사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소비자의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평균판매가격(ASP)은 2021년 0.64달러에서 6% 이상 오른 0.68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MCU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으로 모든 전자 및 가전제품에 최소 1개 이상씩 탑재된다. IC인사이츠 자료를 보면, MUC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가전, 스마트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산업용 시장 등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TV와 생활가전에서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수익성을 보면 사실상 위기다"라며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축소로 올해 제조사의 평균 판매가격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