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TV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사업 전략이 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75인치 이상 TV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국내 TV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력 제품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TV 대형화 추세에 따라 향후 ‘8K’ 화질을 필요로하는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화, 스포츠 중계 등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 이는 ‘화면이 클 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가 더 빠르게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더 세리프(The Serif), Neo QLED 8K, 더 프레임(The Frame)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더 세리프(The Serif), Neo QLED 8K, 더 프레임(The Frame)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삼성전자 TV 전체 매출에서 75인치 이상 비중은 50%를 훌쩍 넘겼다. 85인치 이상 제품의 매출 비중은 25%에 가깝다. 2022년형 네오 QLED 사전 판매의 80%쯤은 75인치 이상이었을 만큼 초대형 추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2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7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 비중(매출 기준)이 사상 처음 20%를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0인치 이상 TV 비중은 2020년 14.4%, 2021년엔 18.2%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대형 TV 라인업을 강화한 이유는 75인치 이상 크기에서 8K 해상도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K 제품을 3개 시리즈(QNB900·QNB800·QNB700), 3개 사이즈(85·75·65인치)의 총 21개 모델로 출시했다. 지난해 15개보다 모델 수를 확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TV 매출에서 8K TV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1년보다 두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도 순항 중이다. 콘텐츠 부재에 따른 8K TV 시장 정체가 우려됐지만, 대형화 트렌드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K TV 판매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다고 해서 만족스런 숫자는 아니다"라며 "소비자 수요가 70인치대 이상으로 맞춰진 만큼 8K TV 대중화는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한 네오 QLED 8K TV의 출하 가격을 전년 모델보다 10%쯤 낮춘 것도 판매량 증대를 뒷받침했다. 8K 85인치 제품은 기존 1930만원에서 올해 1840만원으로, 75인치는 1380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K TV는 여전히 고가에 형성돼있어 당장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화면 크기가 커질수록 소비자가 요구하는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점차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019년과 2020년에 30%를 넘겼지만, 지난해 29.5%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올레드(OLED) TV 판매 비중을 높인 LG전자의 위협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초대형 TV 성장세를 발판으로 30%대 시장 점유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