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매출 대박을 터뜨린 대기업 계열 보안 회사들의 내부거래율이 상당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상장(IPO)을 앞둔 SK쉴더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KT텔레캅의 내부거래율은 오히려 늘었다. 에스원의 내부거래율은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일가 보유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부거래를 제재한다. 대기업 계열 보안 3사 모두 오너 지분이 없기 때문에 내부거래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현 정부는 높은 내부거래율을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싶은 중소·중견기업들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외부에 일감을 개방할 것을 권고 중이다.

각 사 로고 / 각 사 제공
각 사 로고 / 각 사 제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2021년 SK쉴더스의 내부거래율은 2020년 58.59%에서 2021년 29.35%로 대폭 줄었다. SK쉴더스의 내부거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2021년 SK인포섹과 ADT캡스가 합병한 영향이 크다. 2020년 내부거래율은 SK인포섹의 내부거래율이고, 2021년 내부거래율은 ADT캡스와 합병한 신규 회사의 수치다.

원래 SK인포섹 매출에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8년 SK텔레콤이 인수한 ADT캡스와 합병한 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애초에 ADT캡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SK그룹 관련 매출이 적었던 만큼, 비율 자체가 크게 조정됐다.

SK쉴더스의 2021년 개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합병 효과로 크게 늘었다. 매출은 1조5497억원, 영업이익은 121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보다 294%, 312%씩 증가한 규모다. SK쉴더스가 그룹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의 규모는 3529억원으로 영업이익의 3배 수준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내부거래를 줄인 것은 아니고, 합병 전 SK인포섹의 내부거래율과 현재의 실적을 비교하다 보니 차이가 난 것이다"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합병 이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에스원, SK쉴더스, KT텔레캅 내부거래액과 영업이익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 단위는 억원. / IT조선
에스원, SK쉴더스, KT텔레캅 내부거래액과 영업이익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 단위는 억원. / IT조선
반대로 KT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의 2021년 내부거래율은 크게 늘었다. 2020년 23.6%였던 KT텔레캅의 내부거래율은 2021년 34.42%로 확 증가했다. KT에스테이트에서 담당하던 건물관리 사업을 KT텔레캅이 이어 받은 영향이 크다. 2021년 KT텔레캅이 기록한 호실적은 사업을 잘 해서라기 보다 계열사의 일감을 대신 넘겨받은 덕분인 셈이다.

그룹발 일감 증가에 KT텔레캅의 개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110억원과 72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각각 30.9%, 65.5%씩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같은해 KT텔레캅이 내부 일감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759억원이다. 영업이익의 2배 수준이다.

삼성 계열인 에스원의 내부거래율은 2020년 34.97%에서 2021년 34.98%로 소폭 올랐다. 에스원의 2021년 개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3125억원, 1797억원이다. 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4%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4분기 특별 상여금 지급 영향으로 12% 감소했다. 에스원이 삼성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 총액은 7966억원이다. 영업이익의 4배쯤 규모다.

에스원에 가장 많은 일감을 제공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에스원은 2021년에만 4075억원의 매출을 삼성전자로부터 올렸다. 이는 전체 내부거래액 중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