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 업계 뜨거운 감자(중요하지만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비유하는 말)라는 평가를 받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통법) 개정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불법보조금 문제 줄이기에 나선다.

하지만 정부의 방향은 유통 업계에 약간 방향이 다르다. 단말기 유통 업계는 그보단 오프라인 유통점 중심의 단통법 시행으로 발생하던 규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급하는 쿠폰 등을 악용한 대형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관련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단통법 개선 요구사항을 성명서에 담아 26일 단통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25일 국회와 방통위, 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단통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과방위는 21일 오후 정보통신방송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에서 단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상정하려 했지만 처리를 보류했다.

해당 법안은 단말기 유통 시장을 감독하는 방통위가 2021년 제시한 개정안이다. 단말기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1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유통점은 현행법상 정해진 공시지원금 외에 공시지원금의 15%를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데, 일부 유통점에서 이를 초과해 지급하는 불법보조금 문제가 끊이지 않자 대안으로 내놓은 카드다.

방통위는 이같은 법 개정이 추가지원금을 합리적으로 높여 상당 규모의 불법지원금을 양성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봤다.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법안 상정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KMDA는 단통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하자 성명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KMDA는 추가지원금 규모를 키울수록 지원금 지급 여유가 되는 대형 유통점이나 대기업 자회사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지원금을 높이면 높일수록 소비자별로 지급하는 보조금 금액이 달라져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열린 과방위 법안2소위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시장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과방위는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과 관련 의견을 종합해 법안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추가지원금 상향보다는 시장 특성에 맞는 규제 방식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말기 유통 시장이 단통법 시행 초기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했음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으로만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특수 유통에서 사각지대를 활용해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단통법이 (오프라인) 일반 유통을 대상으로만 규제를 좁히니 문제다"며 "초과지원금 30% 상향 역시 처벌 대상을 줄이겠다는 의도밖에 되지 않기에 불법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KMDA는 이같은 상황에서 방통위를 상대로 추가적인 행보에 나섰다. 26일 오전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통법 시행 문제점을 규탄한다는 계획이다.

KMDA 관계자는 "단통법을 8년째 시행하면서 방통위와 통신사,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각각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엔 규제 문제를 얘기하고자 방통위를 상대로 성명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급자 중심의 자율 규제다 보니 통신사 중심의 자율정화 시스템으로 단통법 규제를 했지만 문제가 나타난 상황이다"며 "그보다는 유통 단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 시장의 생태계를 개선하면서 소비자 차별을 막고자 2014년 10월 도입됐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살 때 받는 할인 혜택의 격차가 크지 않도록 공시지원금 범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단말기 유통 매장이 제한 범위보다 많은 금액을 제공하면 불법보조금으로 보고 법적 규제를 가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