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고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면역저하자’를 위한 항체 복합제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가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 가운데 정식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완벽히 결정된 사항은 아직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상이 남아있는 데다 도입물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 /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틱사게비맙·실가비맙)’ /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부실드 도입안이 포함된 예산을 국회에 신청하면서 이부실드 정식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이부실드는 틱사게비맙150㎎과 실가비맙150㎎ 성분으로 만들어진 복합제다.

올해 초 이부실드는 백신 접종을 통해 적절한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면역저하자나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에게 항체를 직접 투여해 4시간 이내로 질병 예방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대체할 유일한 의약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국(FDA)이 이부실드를 승인했고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도 올해 3월 이부실드를 승인한 바 있다. 이밖에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이 이부실드를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선구매 계약을 완료했다.

더욱이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부실드의 코로나 예방 효과에 대한 임상3상(PROVENT) 결과를 발표하며 백신 대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임상을 살펴보면 부실드는 1차 분석에서 위약 대비 유증상 코로나19 감염위험을 77% 감소시켰으며, 6개월 추적관찰(follow-up)에서는 해당 위험을 83% 감소시켰다. 추적관찰 기간 동안 이부실드 투약군에서 중증이나 사망 사례 또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부실드는 투약 후 6개월 간 혈청에서 높은 농도로 유지돼, 1회 투여로 최소 반년 간 장기적인 보호 효과가 발생했다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주장했다.

해당 연구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의대 소아의학과 교수인 마이런 J.레빈(Myron J. Levin) 박사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마이런 J.레빈 박사는 "코로나 백신이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지만, 확진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면역 취약자나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여전히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부실드가 고위험 환자군에게 장기적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근거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부실드에 대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예산까지 편성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사용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전해철 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4월20일 "고위험 시설에서 감염상황 발생할 경우 확산 방지를 위한 신속한 초기대응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과 60세 이상과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에 대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면역저하자에게는 이부실드 공급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부실드 도입이 완전 결정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질병청은 아직까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결과만으로 의약품 안정성을 완벽히 확보했다 보기 어렵고, 국내 기관의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발사와 정부간 협상 및 절차적 승인 등이 끝나면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이부실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 만큼 유통 과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9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전략적 생산협력 계약에 따라 이부실드를 생산해 글로벌시장에 공급해 왔다. 양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협의를 진행, 계약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부실드의 실질적인 사용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2월 이부실드 2만명분에 대한 구매예산을 책정한 바 있는데, 국내 면역저하자 수는 10만명으로 모든 환자가 공급받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부실드가 요양병원 등에 선제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은 높아보이나 모든 면역저하자가 공급받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의약품 선택권이 넓어질수록 환자 치료가 유리해지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이부실드가 국내에 원활히 공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