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크러스트 유니버스가 신규 사내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을 설립하고 자체 디파이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만 진행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제공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크러스트유니버스 내에 아웃라이어(Outlier) CIC가 설립됐다. 멤버는 5명 미만으로 구성원 다수가 20대 초반으로 이뤄진 젊은 조직이다. 이들은 탈중앙형 웹(Web3)에 기반한 디파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 금융'(Decenterlized Finance)으로 어느 국가의 어떤 이용자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웃라이어는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웃라이어 관계자는 "그 동안 선보인 디파이 서비스는 대부분 일반 사용자에게는 어려운 개념이다"라며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서비스가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크러스트가 CIC를 설립하고 디파이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나선 것은 클레이튼 생태계를 보다 확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간 크러스트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잠재성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개발사 발굴, 투자에 집중해왔다. 가상자산 대출서비스 ‘클레이뱅크’, 탈중앙거래소 ‘클레임스왑', 클레이튼 기반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인 ‘코코아 파이낸스'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클레이튼은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현재는 크러스트가 그라운드X로부터 클레이튼을 이관받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클레이튼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디파이 정보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3일 기준 클레이튼의 TVL(예치된자산)은 약 1조896억원에 달한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크러스트는 외부 투자뿐 아니라, 내부에 여러 CIC를 설립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중 한 프로젝트가 탈중앙형 디파이 서비스 개발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CIC를 통한 관련 프로젝트 개발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동안 카카오 공동체의 각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 중 좋은 결실을 거둔 모델은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파이 관련 코드는 대부분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며 "중요한 건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제3의 창업'이라고 강조하며 크러스트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카카오 공동체가 덩치에 비해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진 못했다는 점에서 크러스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