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 25일부터 시행하는 주 3일 내근 정책 시행이 사건의 발단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을 원격 작업을 위한 이상적인 도구라고 홍보했는데, 정작 애플 임직원은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책에 반발한 내부 직원들의 퇴사가 줄을 잇는다. 처음에는 일반 직원이 중심이 됐지만, 최근 AI 분야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히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한다.

9일(이하 현지시각) IT 및 기술 관련 전문 매체 아르스테크니카는 조 시퍼 더버지 기자가 7일 한 트윗을 인용해 애플의 머신러닝 디렉터로 근무 중인 이안(Ian)이 사 측의 주 3일 내근 조치에 반발해 사임의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애플 명동 전경 / IT조선 DB
애플 명동 전경 / IT조선 DB
조 시퍼에 따르면, 이안(Ian)은 동료 스태프에게 보낸 메모에서 "나는 더 많은 유연성이 우리 팀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안이 말한 유연성은 근무 장소에 대한 내용이다. 전통적으로 일반 회사원은 회사에 출근한 후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후 근무지에 대한 기준이 변화했다. 직원이 어디서 근무하던 관계없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안은 임직원을 회사 내근직으로 복귀시키는 애플의 조치를 사임 이유로 꼽았다.

앞서 애플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임직원이 내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월 23일부터는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

일부 애플 직원들은 사 측의 사무실 복귀 정책에 강한 반기를 들었다. 최근 직원 30명 이상으로 구성된 '애플 투게더(Apple Together)' 그룹 소속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진을 겨냥한 공개서한을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제품을 만드는 애플 직원이 원격 업무를 생활화하고 있다면, 고객의 요구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며 "원격 작업을 위한 이상적인 도구로 홍보하고 있는 애플이 정작 당사 직원들에게 내근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플 본사 엔지니어들이 중국 동료들과 라이브 스트림, 화상 통화, 증강현실 등 기술을 사용해 팬데믹 속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다루기도 했다.

애플과 달리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원격 근무와 관련한 더 많은 방침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직원의 사무실 근무를 권장하기는 하지만, 부서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대부분의 직원이 원한다면 무기한 완전 원격 근무 정책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