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가 NH농협은행의 경영에 양날의 검이 됐다. 이자 장사에는 도움이 됐지만, 이자외 부문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됐다. 급기야 올 1분기 NH농협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자 외 사업에서는 오히려 실적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12일 NH농협금융지주의 올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한 1조56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조4039억원보다 1617억원 늘었다.

반면 기타 영업손익을 포함한 비이자 이익은 82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983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1년새 무려 1065억원이나 감소했다. 여신 및 외환, 신탁, 대행업무 등으로 구성된 수수료 이익이 2011억원에서 1673억원으로 16.8% 줄고,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등으로 구성된 기타 영업손실이 1028억원에서 1755억원으로 크게 확대된 결과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계정은 같은 기간 1269억원에서 176억원으로 86%나 쪼그라 들었다. 글로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여기에 판매관리비나 대손충당금 전입 등도 기타영업손익에 합산됐다는 게 NH농협의 설명이다. .

이자이익이 총 영업이익을 80억원 가량 웃돌면서 이자부문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에 이자이익이 전체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5%를 기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7.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비이자 이익 비중은 6.5%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전체 이익을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이는 지주사인 NH농협금융지주의 손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NH농협금융의 이자이익 비중은 97.4%로 전년동기 대비 11.9%포인트 상승했다. 이자이익이 2조1949억원으로 6.3%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이 5949억원에서 3139억원으로 47.2%(2810억원) 감소했다.

NH농협 관계자는 금리상승에 힘 입어 이자 수익은 늘었지만, 보유 채권의 평가 손실로 운용 수익이 급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주식시장 침체로 유가증권 운영수익 중 증권 위탁수수료가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시적으로 비이자 수익이 줄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

실제 지난해 1분기 농협금융의 비이자 이익은 주식시장 호황으로 2020년 1분기 1055억원에서 5배 가까이 급증, 6000억원대에 육박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이익이 803억원 적자에서 4021억원으로 큰 폭으로 흑자전환했다. 여기에는 수수료 이익이 3774억원에서 5387억원으로 42.7% 증가한 영향도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향후 유가증권 운영과 상품수익 다변화를 통해, 전사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유가증권 운영이나 상품 수익 다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은행 외에 계열사 강화에 힘쓰고 있다. 증권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일시적으로 비이자 수익이 줄어들었다. 계열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같은 경영환경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의 비중을 7:3 내지 8:2 수준을 유지한 것.

올 1분기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의 이자이익 비중은 각각 71.1%와 71.6% 수준이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83.8%와 80.1%로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동안, 비이자이익도 증가해 농협과는 상황이 다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