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춘다. 기업들은 임원들까지 나서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기준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주가는 6만6300원, 27만3500원이다. 2021년 12월까지만 해도 ‘10만전자'를 외치며 환호하던 개미(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증권가 은어)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에 절규한다. 비슷한 시기 40만원을 웃돌던 네이버의 주가 역시 20만원대 후반에서 답보 상태다.

삼성전자 임원 주식 매입 사실을 공시한 전자공시시스템 검색 화면 /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삼성전자 임원 주식 매입 사실을 공시한 전자공시시스템 검색 화면 /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금리인상으로 국내외 기술주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잇따른다.

이스트소프트는 12일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일환으로 임원진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임원진이 자사주 매입에 가장 열심인 곳은 삼성전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부사장급 이상 주요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내용의 이메일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4월부터 5월 16일까지 삼성전자 자기주식을 취득한 상무급 이상 임원 수는 32명(사외이사 제외)에 달한다. 부사장급 이상은 23명이다. 부사장급은 적게는 500주쯤을 많게는 5000주이상을 매입했다. 대부분 1주 기준 6만원 중후반대에 매입했다. 이 기간 사장급에서는 경계현 사장, 이정배 사장, 김수목 사장이 각각 8000주, 5000주, 3000주씩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3월에 이어 자사주 1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곽 사장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211주다. 2월까지만 해도 13만원 초반대였던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1만원 초반대로 내렸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초 상장날 50만원대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최근 주가가 30만원대 밑으로 하락한 상황이었다. 4억2000만원 상당(1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자 통신업계 외에 게임, 유통, 금융 기업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주가부양이 전 산업 분야의 고민거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행보에도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 많다.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 해외처럼 자사주를 매입한 후 바로 소각을 하거나 인수합병(M&A)과 같은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해외처럼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을 해야 주당 이익이 증가하지만, 국내의 경우 자사주 매입을 하더라도 반등했을 때 팔아버리다 보니 주가 반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최근은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정치적 불확실성과 같은 복합적인 상황이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성장 모멘텀(M&A, 대규모 계약)이 있어야 주가 밸류에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